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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Oct 04. 2022

네 이름은 무엇이냐?

백자토와 청자토

"선생님, 제 손이 점점 하얘지는데요? 분명히 이 흙은 검정? 아니야, 회색인데......"

"이 흙은 똥색인데, 왜 자꾸 고려청자랑 같은 흙이라고 하세요? 그건 초록색이잖아요"


 흙 그러니까, 점토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재벌까지 다 구웠을 때 기물이 어떤 색깔을 띠느냐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

 점토는 일정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야 성형을 하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물을 품고 있는 백자토는 약간의 회색 빛을 돈다.

 하지만, 흙이 마르면서 작품도 손도 점점 하얗게 변하고, 선생님은 나중에 이 작품은 색 도자기가 될 거라고 말하니, 아이들은 이상한 것이다.


 백자토는 일명 고령토(kaolin)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재벌을 마치고 나면 백색의 도자기가 된다. 비교적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형태를 만들 때 생각보다 손가락 힘을 많이 주어야 한다.

 과거 문구사에서 팔던 '찰흙'이 단단하기가 1이라면, 백자토는 10에 가깝다.

말수는 없지만, 혼자 꼼꼼하게 찬찬히 잘 따라주던 아이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나는 주로 백자토를 쓴다. 처음에 손가락 힘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은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 힘도 세어져 자유자재로 백자토를 다루는 것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거기에 초벌 후에 도자기용 물감으로 알록달록하게 색을 칠할 수도 있으니, 어찌 백자토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할머니들 작업은 상당히 여성스럽다

 문제는 청자토이다.

 고려청자는 푸른빛을 띠기 때문에, 청자라는 것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왜?


 청자토는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붉은빛을 돈다. 철분이 고온에서 구워지면서 산화, 환원 소성의 종류에 따라 푸른빛으로 바뀌게 되는데, 녹슨 철을 상상하면 좋을 것 같다. 공기 중에 철이 산화되어 뭔가 초록 혹은 푸른빛을 띠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나는 백자파이다. 고려시대 도공분들이 아시면 참 서운해하시겠다마는 흰색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싶지, 재생용지에 그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나의 불만은 완성작품이 주는 무겁고 둔탁한 느낌이었다.  작품의 경우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무게도 싫었다.

"If my friend knows you, shes really happy" 운좋게 elegance한 머리스타일이 멋진 그녀의 친구, Janet을 만났다

 나는 그녀의 책으로 Paperclay를 배웠다. 대학원 시절 내 작업의 무한 가능성을 열어준 감사한 사람이다.

 Paperclay. 쉽게 말하면, 흙에 종이를 섞는 것인데, 지점토와 비슷하지만 지점토라 말하면 나의 노력이 너무 허무해진다.

 점토에 섞인 종이가 소성 과정에서 재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공이 생기게 된다. 흡사 골다공증 현상과 비슷하다. 그래서, 동일한 부피의 작품이어도 중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고려청자 도공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청자토가 주는 단조로움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훨훨 나는 저 학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재밌는 사실은 고려청자가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시기는 12~13세기이다. 당시 고려는 무신들이 집권하던 시절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이 그 시기에 제작되었다.

 (청자-점토, 상감-기법, 운학문-구름과 학 무늬, 매병-어깨가 발달한 형태)


 어느 최 씨 가문 안방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었겠지. 권력도 세상도 다 내 것이요. 높이 42cm에 늠름한 어깨로, 고려청자 역시 '멋짐', '당당'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인사동에 즐비한 모조품으로 누구나 다 알지만, 진정한 가치를 알 기회가 적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도  딱 한 번 어느 봄날 간송미술관에서 짧은 만남을 한 기억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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