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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Oct 10. 2022

 나도 한번 수채화처럼

도자기 물감

 그녀의 붓이 춤을 춘다.

 가볍고 부드럽다

 하얀 종이 위에서 투명하게 스며들

 여백과 터치로 아름다운 꽃망울을 만든다.

 @Jolypoa, 그녀는 나의 꽃그림 선생님이다.

나도 한 번 그녀를 따라해봤다. 꽃을 그려본 적이 언제였더라? 나이가 들긴 했나보다

 도자기에 색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용 물감을 쓰는 것이다. 사용법은 수채화물감과 비슷하다.

 너무 묽게 사용하면 흐리고 너무 진하게 사용하면 떡진다. 나름 물 조절이 관건인데, 살짝 아쉬운 것은 최종적으로 투명유(주로 식기에 사용되는 투명도만 있는 유약)를 발라 굽게 되면, 유리질화 되기 때문에, 수채화에 비해 부드러움이 반감된다.

 기본 물감은 12색 정도이며, 자신의 분위기에 맞춰 색을 혼합하여 쓰면 된다. 푸른색 계열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붉은색 계열은 경우에 따라 아주 예쁘지 않을 수 있다.


 여기 항아리를 한 번 살펴보자.

 모두 백자 항아리에 용 무늬가 그려진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용 무늬 색에 따라 청화(푸른색)백자와 철화(붉은색)백자로 구분

 첫 번째는 항아리 형태도 수려하고, 용의 푸른 색도 우수하다.

 두 번째는 용의 푸른색이 조금 짙어진다.

 세 번째는 푸른 용이 아니라, 붉은 아니 갈색 용이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우리가 사용하는 도자기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니까, 청화백자도 중국에서 수입한 코발트 안료를 사용한 것이며, 중국도 초기에는 페르시아에서 수입한 형태였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국가의 재정이 어려워지거나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할 때는 수급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도자기 생산량은 당연히 줄어들, 자체 안료를 개발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내가 만약 조선시대 도자기 화공이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누군가 나에게 아껴 쓰라고 말했겠지. 그래서 코발트에 망간을 섞어서 용을 그렸을 것이다. 망간은 주로 검은색을 띠는데 코발트를 한 방울만 섞었기 때문에, 용 무늬가 푸른색보다 짙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름 독자적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영조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옛날에는 도자기의 그림은 석간주(石間硃-붉은 흙)로 그렸다 하는데, 요즈음 들으니 청료(靑料)로 그린다고 하니 이는 매우 사치스러운 풍조이다. 그런즉 이후에는 용 항아리 외에는 일체 엄금한다."

 참 깐깐하신 임금님이시다.

 그래서, 붉은 물감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산화철을 듬뿍 발라서 용을 그린다. 아마도 푸른 용 항아리를 가질 수 없었던 누군가가 흉내라도 내는 기분으로 붉은 용 항아리를 주문했을 것이다.

좌: 테두리가 더 흥미로웠다. 손떨림없이 제법 잘 그은 듯, 젊었다  우: 졸업기념선물 100개, 역시 젊었다

 나는 고려청자보다 청화백자가 더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 브랜드들도 주로 코발트를 다루는 것을 보면, 대중적으로도 비슷한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잠깐 했다. 난 초보라, 벌레는 못 그리고 가운데 모란만 가능했. 자세히 보면, 꽃망울 부분은 농도 조절이 되어있는데 동그라미를 3번 그리는 느낌으로 그렸다. 코발트는 물이 스며드는 정도에 따라 푸른색을 조절할 수 있는데, 난 그게 참 좋다.


 아이들에게 도자기도 수채화처럼 예쁜 색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Yoon이 초등학교 졸업기념 선물로 제작한 작품이다. 잎 하나하나를 칠하면서, 모두 멋진 중학생이 되기를 맘속으로 응원했다.

'꽃이 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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