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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Nov 20. 2022

Ceramic class for Royal family

번외: 아라비안 나이트

 며칠 전 내한한 빈 살만을 보면서, 대학졸업 즈음 도예계에 떠돌던 재밌는 이야기 하나가 기억났다.


 나는 94학번이다. 소위 X세대.

 풍요로웠고, 낭만 가득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박찬호와 박세리 선수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해외에서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가졌다.

 아쉽게 IMF로 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졸업을 했고, 나 역시 길 잃은 양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에게서 흥미로운 소문 하나를 듣게 되었다.


  <구인>

   사우디 왕실 도예수업,

   물레 숙련자, 영어 가능, 연봉 1억

   단, 여자 졸업생


 사우디 왕실에서 도예 강사를 구한단다. 말 그대로. 'Ceramic class for Royal family'.

 외간 남자를 만날 수 없는 왕실 여성 특성 상 꼭 여자 선생님이라는 특수한 조건이었다.


 나는 나름 물레도 좀 차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물레 숙련자 OK.

 영어 가능? OK. 나는 우리 과에서 보기 드문 영어 가능자였다.

 물론 남편이 "넌 학원 출신이라 그런가, 발음이......" 이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우리 과에선 인재였고 선배가 나에게 그런 소문을 이야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20년도 넘은 이야기이니, 지금 후배들은 당시의 보다 월등할 것이다.)

 아주 흥미로웠다. 어떻게 가기만 하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이어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살아 돌아올 지가 의문이래......"

"아......"


 지금의 MZ세대들은 전혀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걸프전을 목격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고, Emirates 같은 멋진 항공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건너건너건너 친구들에 의하면, 롤스로이스를 모는 어떤 사우디 남자가 자신의 몇 번째 부인하라며 열쇠를 주더라 의 이야기만 무성했다.


 게다가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구인의 출처도 진위도, 추가적인 정보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갔다는 사람도 돌아왔다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은 아라비안 나이트같은 이야기다.

한국도자기 라마단기념세트 2010, 중앙일보

 하지만, 십여 년 후 한국도자기에서 라마단 기간에 맞춰 새로운 차 세트를 선 보인다는 기사를 보면서,

 어쩌면 그것이 풍문이 아니라 사실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네옴 시티 조감도

 이번에는 나도 한 번?

 저기 한 켠에 나만의 '카모메 식당'을 상상해 본다.

 또 다른 이삼평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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