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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Dec 08. 2022

꽃이 될 거야~

번외 : 갑자기 2분도자사가 길을 잃은 듯하여

 아무도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저 내가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길 바래서,

 그냥 그게 좋아서 작업을 한다.


 우리 집에는 무수한 컵들이 있다. 대부분 내가 페인팅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내 컵을 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이기적인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컵의 수준도 올라갔다

 Yoon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날이었다.

 나는 학급 친구들에게 한 가지 선물을 꼭 해주고 싶어서,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받아 학급 컵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즐거운 마음으로 구상을 했다.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적으면서, 마치 그들과 내가 친구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음, 아마도 역시나 이번에도 내가 작업을 한다는 사실에 꽂혀있어서 다른 이들의 감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고집스럽게도 나는 묵묵히 6개의 학급 컵을 완성하였다. 나름대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분위기를 다르게 제작해서 매년 색다른 컵이 탄생했고 나 역시 조금씩 성장했다.

 나 혼자 혹시 6년을 함께 하는 친구가 생긴다면, full set 기념으로 별도의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나의 작업관 때문일까?

 3학년이 되면서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작 나는 내 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초벌과 재벌을 거치면서 일부는 완성되지 못했다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Yoon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곧 중학생 엄마가 된다.

(사실 지금은 고등학생 엄마인데, 돌이켜보니, 좀 어렸다고 느껴진다.)

 나름 6년 작업의 결실을 맺고 싶었다. 꽤 고민을 하고 만든 작품인데, 그 전 컵은 어머니들께서 간혹 문자로 감사의 피드백을 주셨는데, 이번 것은 굉장히 이기적이었나 보다. 아무도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아주 즐거웠는데, 좀 미안해했어야 하나.


 2분도자사를 쓰면서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 든다. 처음엔 도자사에 대한 짧은 상식을 소개하고자 접근했는데, 점점 내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제 우연히 '차이나는 클라스 K도자기' 편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이야기도 있었고 새로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다. 중간에 몇몇 사진은 정말 가슴 뭉클했다. 어떤 부분에서 감동적이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냥 내가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용도가 뭐야?"

 "집에 하나씩 가져가서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가꾸는 거야~"

 "나중에 꽃이 피면, 대박이겠다."

  이 얘길 들은 친구가 남편과 나는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언젠가,

 꽃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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