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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Dec 03. 2022

내 비록 옹기쟁이일지라도

OOO 도자기

"신랑이 K대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예요."


 10년 전쯤인가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어 어린 Yoon을 데리고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대학 다닐 때를 생각하면, 다들 결혼은 하고 식구들은 먹여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투성이었는데, 용케 반려자를 만났다니, 나름 대견한 느낌이 들었다.

 

 결혼을 한 자, 안 한 자, 자식이 있는 자, 없는 자.

 각양각색의 동문들이 모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테이블 신랑의 친척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이렇게 말했다.

 K대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라.


 나는 잠깐 동작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대학원을 졸업해서, 석사학위 소지자인 것은 맞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절반은 도예가이고, 그들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원을 나왔다.

 우리는 모두 인재인가?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럴 수 있지. 우리 집에서도 엄마가 가방끈이 제일 길잖아."

 남편의 말에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도예과는 서울 기준 6개 대학 정도 된다. 경우에 따라 공예과를 금속이나 유리공예로 세분화하기도 하는데, 순수하게 도예과로만 운영되는 학교 수는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만 하더라도, 25명 졸업생 중에 4~5명 정도 대학원이나 유학을 갔다.

 동문회에서도 학번 별로 3-4명 정도는 여전히 작업 중이며, 우리는 대학 4년, 대학원 2-3년을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무엇이 우리를 반평생의 옹기쟁이로 만들었을까?

김석빈 도자기

 화면 속에서 석빈이오빠가 번드르르한 얼굴을 하고, 자기 작업을 이야기한다.

"깎아낸 흔적, 찢겨진 흔적. 그것 하나로 오리지널이죠. 제가 만들었지만, 제가 만들지 않은(의도하지 않은) 선들이 나오는 거죠. 하나의 캠퍼스라고 생각하고, 여러분들의 감성으로 자유롭게 플레이팅 하길 바랍니다. "

 자신의 이름 석자를 딴 브랜드를 만들고, 중견작가로 우뚝 선 모습이 대견하다.

 하지만, 오빠의 뻔뻔한 말투에, 빵~ 터졌다.

붓으로 한줄한줄 코발트를 칠한 것인데, 나는 마치 크레용으로 슥~그은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좋다

 흙반죽이 아직 손에 익지 않다며 공강 시간에 혼자 꼬박을 밀던 일.

 분식당에 가면 꼭 메뉴를 2개 시켜 먹어서 웅스오빠가 싫어했던 일.

 처음 만난 우리 남편에게 '다음에 만나면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일.

 지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경기도 이천에는 藝's park라는 도예단지가 있다.

 2000년대 중반 대학원을 졸업한 오빠들이 하나둘 이천으로 터를 잡더니, 번듯한 도예단지를 만들었다. 저마다 개성 있는 브랜드로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놀라운 성과는 '전업 작가 제품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도자중흥기를 이끌고 있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가고 있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중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니 우리는 더욱더 정진해야 한다.


 가끔 나도 내 브랜드 하나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 동문회에 갔더니, 후배가 나에게 선배님은 어디 유학 다녀오셨냐묻더라. 나는 남편이 있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난 남편이 있었어. 아들을 낳았고, 내 브랜드는 Yoon이라고 하는데, 혹시 너는 알고 있니?

동신초 김OO 선생님께서 작명해주셨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비록 OOO도자기는 없지만, 나름 '어린이를 위한 도예교육'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우연히 Yoon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한 일인데, 이것이야 말로 나만의 브랜드이다.


 갑자기 그날의 여성분 말씀이 어쩌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비록 옹기쟁이일지라도, 

 우리는 모두 인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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