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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Dec 30. 2022

비취색을 좋아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나는 청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청자토는 형태를 쉽게 내어주면서 다 굽고 나면, 내가 이런 줄 몰랐어? 하는 식이다.

투명유를 바르면 본연의 색이 밉고, 청자유를 발랐어도 산화가마에 잘못 넣으면, 역시 또 밉다.

대체 어느 단계에서 맞춰줘야 하는 건지, 청자를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선입견,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현장학습이다.

추워서 갈까 말까를 여러 번 고민했다. 내 글이 인기글인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굳이 박물관까지 가가며 글을 써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전공자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도, 추웠다.

뒷 쪽에 금이 있어도 작고 영롱하고 정말 아름다웠다

 작은 기포가 그릇 표면에 몽글몽글 맺혀 있다.

나는 유약과 태토 사이에 있는 그 기포가 싫다. 이두저두 아닌 어정쩡한 태도처럼 보여서이다.

 하지만, 그 기포가 빛에 반사되어 다채로운 푸른색을 보인다. 정해진 푸른색이 아니라는 말이다.


 청자의 푸른색은 청자유 속에 철분의 함유에 따라 결정된다.

 윤용이 선생님 책을 보면, 철분이 1%면 연두색에 가깝고 5~6%이면 아주 어두운 녹색이 된다는 KIST 청자 유약의 정량 분석이 있다.

 청자유를 만들 때에는 '재' 성분이 꼭 들어가는데, 쉽게 말해, 나무나 볏짚을 태우고 남은 재를 유약에 섞는 것이다.

 그런데, 재를 일률적으로 같은 곳에서 공급받아도, 정확한 철분함유량은 알 수 없으니, 수천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하겠지.


 아, 곰곰이 생각 해보니,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청자의 우연성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내게는 버거운 연애 상대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청자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호흡을 맞추는 이들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일이겠지.

 텅 빈 청자실 한 켠 최순우 선생님 글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속으로 '아줌마, 또 주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다.

 유유히 학이 노닌다. 너울대는 버드나무 가지가 낭만적이다.

 무엇이 그리도 성급했을까?

곱게 무늬를 넣고 유약을 발랐지만, 불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부서진 작은 파편이 아련하기만 하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 이내 전시실을 빠져나왔다.


 흙을 손에 묻혀야 작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만큼 부지런하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데, 항상 도자기를 생각하는 삶 속에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2022년 하반기를 꽉 채우게 되었다.

 더 멋진 이야기들로 2023년을 맞이할 테다.

 모두 도자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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