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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Mar 22. 2023

one of a kind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싫어하는 말이다.

 수공예의 중요성을 강조한 윌리암 모리스 선생님께서 들으시면, 혼날 일이다.

 앤디워홀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주 작은 변화를 실천하셨다.

 다른 색깔을 사용한다던가, 다른 글자를 넣는다던가. 은근 머리가 좋으시다.

  one of a kind의 사전적 의미는 독특한 혹은 유례를 찾기 힘든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며, 개인적으로 unique보다는 identity가 최근 경향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말로 상대방을 현혹시킨다.

 하지만, 세상에 어찌 하나뿐이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될까?

 몇 년 전 'one of a kind'를 주제로 동문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JJ후배가 홍보담당이었고, 후배의 아내가 참여자 38명을 상징하는 각기 다른 '1'로 표지를 디자인했다.


 수많은 '1' 중에 나는 어떤 것에 해당할까 잠시 생각에 잠기며, 일면식도 없는 후배의 아내에게 작은 고마움을 느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자고 했다.

 지금까지 전시와는 다르게 묵은 작품이 아닌 신제품을 준비하자는 기획이었다.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바람에 날리다'

 나는 어느 봄날 이 작품을 만들었던 걸로 기억된다.

 Paperclay를 한줄한줄 쌓아 올리고, 리드미컬하게 윗부분을 마무리하는 게 의도였는데, 살짝 나팔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트럼펫 혹은 트로피 같아 보이기도 하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내 마음속에 가는 끈을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실낱같은 이미지를 잡고 끝까지 느끼면서 따라간다.

 사실 내가 유명해지지 못한 것은 딱히 작품을 그럴싸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뭐라도 근사하게 둘러대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누군가 작품의 윗부분을 살짝 손대어본다면, 내가 어느 부분에서 힘을 주고 어느 방향으로 다듬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이려나......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작업을 하면서 엄지와 검지가 맞닿아 흙을 한줄한줄 꼭꼭 눌러 쌓아올린, 정진의 과정을 충분히 만끽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더 큰 의미를 두면서 물론 작품성도 실용성도 없는 어중간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지만, 나는 즐거웠다.


 후배의 아내도 각기 다른 '1'을 선택하면서 흐뭇하지 않았을까?

출처 :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우연히 TV를 켰다가 BK가 애리조나 야구장에 방문한 장면이 나왔다.

 예전 동료들을 만나 서로의 근황을 묻고 야구장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그가 펑펑 울음을 쏟았다.

 (물론 나는 벌써 그가 동료들을 만났을 때부터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와 함께 대성통곡을 했다. 왜? 굳이 또 설명을 해야 하나......)

  23살의 어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때가 전성기인 줄도 모르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는 말을 했다.

 그 시절의 자신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BK는 멋진 사람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추억,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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