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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춈푸씨 Jan 05. 2022

LNT 그게 뭔데?

통영에서 배운 가르침 


백패커라면 다 아는 영어 세 글자 말이 있다. 엘, 엔, 티. Leave No Trace 의 줄임말인 이 단어는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좀 세련되게 번역하자면 "아니온 듯 다녀가기"라는 말로,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을 넘어- 함부로 나무나 꽃을 꺾거나, 맨땅에 불을 피워 불빵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 내가 쉬다 간 자연을 정말, 말 그대로 내가 들렸다 가지 않은 것처럼 두고 가라는 뜻이다. 


백패킹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거 엘엔티만 하면 되는 걸 안 해서"하면서 뭔가 쉬운 것처럼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많다. 지역을 다니면서 배우게 된다. 백패킹을 가는 장소 대부분이 산이나 바다가 있는 농어촌지역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백패커들이 사는 도시 지역과는 문화 자체가 다른 경우도 많다. 한 지역에서 그대로 수십년간 지금껏 살아와, 마을을 넘어 '부락'처럼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다는 거다. 시쳇말로 앞 집 숟가락 갯수까지 아는 사이. 그러니 일단 '외지 것들'이 와서 무뚝뚝한 얼굴로 툭, 툭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마을 곳곳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고 인사도 제대로 안 하면 일단 못마땅한 것이라고. 아, 훨씬 배타적인 지역 마을 문화 생각을 못 했다. 


통영에서 백패커들과 함께 이것저것 해볼 요량으로 방문했을 때, 마을 주민협의체 분들이 말씀하셨다. 통영의 어느 섬에는 할머니들만 약 20가구 정도 남아 계시다고 했다. 그런 섬에 건장한 체격의,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머리보다 한참은 높이 올라온 가방을 넙죽 매고 성큼성큼 걸어다닐 정도로 신체 건장한 젊은 것들이 동네 곳곳에서 어딘지 모르겠는데 막 와서 박혀 있다고(?) 생각하면 겁이 너무 난다고. 할매들은 그게 무서운 것이었다. 


아, 그런 것이었다. 

물론 마을 분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주셔도 좋겠지만, 일단은 아쉬운 건, 남의 마을에 놀러가고 싶은 건 우리니까. 


나도 몰랐다. LNT를 잘 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들은 "어우, 그 쓰레기 그거 치우면 돼!" "우리도 버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시라며 허허 웃으셨다. 아..? 

엘엔티는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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