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오늘 하루는 좋았다. 잠깐 놀러 온 민주는 오늘 바라본 바다를 내일도 볼 수 있어서 부럽다 말했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맞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부러워할 것 같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 지금 보내는 일주일의 강릉생활로 돌려봐도 좋을 정도로 지금의 시간을 만족하고 있다. 바다는 똑같은 바다지만 매번 볼 때마다 새롭고,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파도에 따라 정신없이 모레에 발자국을 남길 때 웃음이 삐져나온다. 나는 점점 짜고 못생겨지지만, 분명 미래의 나는 짜고 못생겨진 나를 다시 겪기 위해 돌아올 것이다.
또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어디로 돌리면 좋을까. 수없이 많은 것을 바꾸기 위해 주로 과거로 향할 것 같은데, 바꾸라면 바꾸고 싶은 것 투성이라 이 과학문명이,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타임머신을 허락하지 않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직선인지 곡선인지 원형인지 모르는 시간의 궤도에서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을 미래의 나는 죽도록 그리워할 것이라 믿으며 살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글자를 적는 이 순간마저 나는 그리워하겠지. 신선한 바닷바람이 들어와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되고, 노란 조명아래 글을 적는 이 순간을 난 끔찍이도 그리워할 것이다. 나는 나의 과거의 오랜 외사랑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