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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ul 14. 2023

여름방학

여름방학

여름방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은 모든 이에게 주어지지는 않는 특권이다. 학생일 때 누릴 수 있는 공식적인 텅 비어있는 시간. 백수에게는 모든 시간이 늘 방학이니 여름방학이라는 말에 설레지 않는다. 부모이면 여름방학인 아이들이 집에 있기에 육아에 부담이 가게 되니 설레기 어렵다. 직장인들 중에 교육종사자들에게 어느 정도 설레는 일일 수 있지만, 학생 때 누리는 "와! 방학이다!"의 설렘은 아닐 거라 짐작한다. 


각설하고 방학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빈 시간들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누구는 미뤄두었던 여행을 가득한 일상을 보낼 수도, 콕 집에 박혀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방학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가 없다. 당위 없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본성을 찾는 것 같다. 유럽인들은 바캉스를 떠나서 무엇을 하냐 물어보면 그들은 매일 바닷가에 나가 누워있는다. 아주 지루해서 죽을 정도로. 그렇게 몸을 바짝 태운다. 아주 질리도록 바다에서 모래와 한 몸이 된다. 그들의 본성은 어쩌면 시간을 영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인이라면 바닷가에 하루종일 누워있기 위해 온갖 엔터테인먼트를 챙겨갈 것이다. 한국에서 유명 스팟 앞 웨이팅 줄만 봐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등산의자와 꽉 충전된 아이패드를 챙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빈 시간은 채워야 한다. 한국인들의 본성은 시간을 빼곡하게 채우는 것 같다. 


물론 유럽인들은 단체로 바캉스를 작정하고 떠나기 때문에 시간을 단조롭게 보낼 여유가 있다. 한국인들은 금 같은 휴가가 "너무나"귀하기 때문에 그냥 누워서만 보내기엔 피눈물 나게 아까울 수 있다. 나의 본성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나는 이번 여름을 아마 미치도록 단조롭게 보내보면 어떨까. 바닷가, 돗자리, 그리고 책 10권 정도. 너무 지루한 것이 나와 맞지 않아도 괜찮다. 그 일상을 마치면 어떤 일상도 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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