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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ul 11. 2023

멀고도 가까운 당신, 가깝고도 먼 당신

인간관계

   멀고도 가까운 당신. 그리고 가까우면서도 먼 당신. 사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상처를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치유받기도 한다. 또한 가깝다고 느낀 애인은 어느 순간 제일 누구보다도 거리가 먼 사람이 되곤 한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없으면서도, 가족인데도 나를 제일 몰라줄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잊으면 안 되는 점이, 늘 가까울 수 없고, 늘 멀 수도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바다에서 표류하는 부표처럼 두둥실 떠다니고 있고 그러다 보면 가까워지는 부표가 있을 것이고, 멀어지는 부표가 있을 뿐이다. 


   멀고도 가까운 당신, 가깝고도 먼 당신. 미스터리이자 역설적이게도 늘 참인 명제인 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역시나 나의 동생 세현의 이야기는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나와 제일 가깝지만, 제일 다른 사람. 함께 웃다가도 5분도 안 있어서 등을 질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가끔씩 세현의 어떤 셈에 넘어가는 거 같기도 하다. 어떨 땐 끔찍하게 세현이 좋다가도 어떨 땐 너무나 밉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터 이 대상한테 홀려버렸는지, 내 하루는 세현에 의해 어떨 때는 모든 것이 자유롭고 편한 천국이 되고 어떨 때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이 된다. 그 이상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 일상이어서 그런지, 이 극적인 드라마에 오래 잠겨 있어서 그런 건지 나는 세현과 비슷한 사람에게 더 마음을 쉽게 뺏긴다. 나의 마음을 빠르게 헌납하고 싶어지고 동시에 극도로 나를 미치게 하는 특성으로 빠르게 나의 마음을 회수하고 싶게 한다. 


   멀고도 가깝고, 가깝고도 먼, 이해할 수 없는 괴리는 늘 나에게 작은 긴장감을 심어준다. 그 긴장감은 결국 나한테 어떤 가르침을 남겼는데, 그저 애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저 우리의 관계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아코디언처럼 연장되고 단축된다는 것. 어느 정도 알면서도 어느 정도는 눈을 감으며 몰라야 한다는 이상한 교훈을 알려주었다. 한때 가까우면 한없이 가깝고 싶던 나의 습성으로 살기보다는 조금씩은 관계 사이에서 바람이 드나들게 하여 서로 이해하면서도, 이해를 못 하는, 이 복잡한 릴레이를 오래 이어나가기로 했다. 나는 오늘도 이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관계 안에서 답을 캐내거나, 묻거나, 따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규명하기보다는 오래 바라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오늘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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