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8
어떡하지. 망했다. 인생이 또 재미없다. 지난 일주일간 내 입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내 손도 나의 말을 옮기느라 부단히 도 바빴다. 말을 들어야 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상대를 서운케하면 안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상대의 감정을 빠르게 읽어야 했으며, 그 상황에 적합한 반응과 대답이 필요했다. 영어 표현에 "If i were in your shoes"란 표현 그대로 상대의 상황을 그대로 나의 것처럼 투영해서 받아들이고 반응했어야 했다. 그만큼 그 상대에게 중한 이야기들이었고, 나는 그런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피곤한 기색을 내보였다간 관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글을 혹시나 그 상대들이 들었을 때 내가 사실 피곤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감히 말하건대 정말 피곤했다. 사건들을 촘촘히 이해하고, 공감하기까지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였다. 이런 일들이 제발 할당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만 찾아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성가시며 피곤해하다가도 상황들을 성가시다 느끼는 내가 무섭게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들 조용히 해! 입 다물어!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난 또 다른 상대에게 푸념처럼 늘어놓고 있다. 상대는 나에게 털어놓는 사람들이 너를 믿고, 너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그런 거라 이야기하지만, 나도 내가 푸념과 스트레스와 고통의 캐리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고 싶지만 나의 이해심은 옹졸했다. 나의 입은 그 사람 감정의 확성기가 되어 더 거친 말들과 표현들을 뱉어냈지만 나도 부적감정을 통과한 확성기라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런 피로를 느끼면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제발 입을 다물지 말고 말을 하라고 말할 것이다. 토해내라. 우리 둘 중 누군가라도 잠깐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걸로 된 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