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무으야우 Sep 02. 2023

음식과 나

폭식증과 당갈망

8월 동안 나를 괴롭히던 것은 당갈망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곡기를 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식을 평소의 양의 몇 배 이상 밀어 넣는 사람이 있다. 거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와 내 동생은 비슷한 키와 몸무게의 사람이기에 옷을 공유해 입었는데, 8월이 지나고 더 이상 같은 사이즈를 공유할 수 없게 되었다. 동생은 곡기를 끊는 자였기에 점점 야위어갔고 나는 늦은 시간에도 배달음식을 시켜서 입에 계속 뭘 넣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살이 많이 빠지고, 야위면 사람들은 더욱 걱정을 하고 가엽게 여긴다. 맞다. 내가 봐도 고생으로 살이 빠진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음식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 상황에 몰두하다 보면 식사가 중요하랴. 그저 이 힘든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혼자 집에 오면 철저히 반대로 행동한다. 배달앱을 켜고 15000원-20000원어치에 디저트류를 주문한다. 밥은 당연히 먹은 상태에서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와 함께 5개 이상의 빵을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콘텐츠들을 틀어놓고 보면서 꾸역꾸역과 후루룩 사이의 텐션으로 먹는다. 사실 먹고 나면 죽도록 후회를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잠깐 나를 잃은 기분이다. 계속 이런 행위를 지속하다 보니 불과 몇 주 사이에 몸무게는 7kg 이상이 불었고, 나는 누군가의 가여움을 받기보다 여러 가게에서 구매력이 좋은 찐 단골손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몸은 붓고, 평소 입던 옷은 맞지 않았다. 동생은 식사를 사려고 먹는 사람이니 그의 눈에는 나는 힘든 상황에도 식욕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곡기를 끊지는 않으니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내가 더 싫었다. 나에 대한 연민도 들지 않더라. 나의 상황이 그 정도로 힘들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정말 힘든 사람은 곡기를 끊지, 나는 그 정도로 힘든, 격한 상황이 아니니까 음식을 먹는 거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힘든 상황도 아닌데 절절매는 내가 또 싫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그렇게 내가 싫으니 스트레스는 더 가중되고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배달앱을 켜고 주문을 시켰다. 


나 같은 사람이 분명 더 있을 것이다. 일종의 폭식증이겠다. 최근에 친구와 만나 서로 힘듦을 털어놓던 도중 친구는 자신은 배부른 와중에 또 배달을 시키고 도저히 먹지 못해 그냥 버린 적도 있다 했다. (정말 눈물 나게 공감했다. 그냥 음식을 시키는 행위에서 나는 이상한 욕구해소를 느낀다.)  나와 친구는 어쩌면 그냥 자신을 위한 즉각적인 위로가 끊임없이 필요했던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에겐 음식은 음미의 대상도, 끼니의 대상도 아니다. 한없이 불쌍한 스스로에게 빠른 즐거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음식과 나의 관계는 지금은 안전하고 편한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9월은 좀 잘 지내보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아 음식을 밀어 넣는 나를 자책하기보다 나를 들여다볼 것이고, 나라도 내 편이 돼준다는 마음으로 이해해 볼 것이다. 정말 맛있는 것을 적당히 먹으면서 나도 나를 제어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고 내 몸의 주인의식을 찾아볼 것이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을 것이다. 수없이 무너지며 힘들어했던, 그리고 힘들어하고 있는 폭식의 역사는 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일 수 있겠지만, 너무 겁먹지 않으련다. 이 마음이 쪼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이 기록을 남긴다.







작가의 이전글 fatig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