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체인지의 소회
내 몸에서 특히 예민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바로 눈, 손목이다. 눈은 계절만 바뀌면 자주 알레르기로 고생이고, 조금만 비벼도 눈 주변이 크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약하다. 피부뿐만 아니라 눈 자체도 많이 약한지 나는 염색을 할 때면 눈이 시리고 아픈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염색은 21살 이후로 없었다. 기분 전환으로 한 염색이었지만 기분전환보다는 눈이 너무 아프고 어지러웠기 때문에 나의 머리스타일은 그냥 냅다 기른 검정머리를 틀어 묶는 것에서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올해 6월쯤이던가 동생이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하도 난리를 쳤고 그런 소리자극 때문이었을까, 나는 특별한 계기 없이 미용실에 가게 되었고 머리색을 바꾸었다. 맨 처음은 톤다운된 브라운 컬러였다. 눈이 너무 아플까 걱정된다니까 스타일리스트 선생님께서 약재를 좋은 것을 써주시려 했고, 신경 써 주신 덕분에 눈이 아프지 않게 염색이 되었다. 머리카락 색깔 하나 바꾼 게 무슨 대수라고 생각했는데, 잘 정돈된 머리카락과 스타일링으로 나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먹물색보다 진한 머리색을 가졌기 때문에 어딘가 고집스러운, 강한 인상을 가졌다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져서 만족스러웠다. 인상이 좋아진 것보다 더 좋은 점은 기분전환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맞는 컬러로 얼굴색의 톤이 더 밝아 보이고,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감겨주고 마사지도 받고 오니 정말 관리를 제대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뜻하지 않은 만족감 덕분에 지금 연속으로 3번째 나의 본래의 먹물색 머리카락이 불쑥 자라 거슬릴 때마다 난 미용실을 찾았다.
저번엔 핑크바이올렛컬러로 햇빛에 비추면 붉은색이 올라오는 색이라 여름에 적합했는데, 이번엔 색이 어둡고 진한 보라색을 넣었다. 막상 하고 나니 그냥 검은색 아니야? 할 정도의 색이 나와 순간 당황했지만, 어느새 서늘해진 계절과 잘 어울렸다. 집에 와서 동생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염색이 잘 됐다 했는데 난 거울에 비출 때마다 단정해 보이긴 하지만 도대체 보라색이 어딨는지 모르겠어서 다소 속상했다. 동생은 염색의 세계에서 탈색을 하지 않은 이상 보라색을 찾으면 안 되고, 어떤 "쪼"를 찾아야 한다 했다. 보라색 쪼 (?)는 발견하기 너무 어려웠다. 마치 어떤 경지에 오르려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그런 난이도 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도중 오늘 나는 득도했다(?) 아니, 발견했다. 내 머리색이 그냥 조금 연한 검정이 아니었고 정말 은은한 보라가 느껴지는 색이었다. 보라색쪼가 있는 내 머리색을 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정말 머리색 하나 바뀌었다고 기분이 좋아지다니 단순한 인간이다. 뷰티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조금씩, 네일, 헤어,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나를 관리하는 이 기분은 그냥 단순한 미적인 허영심으로 표현되기엔 심히 부족하다. 앞으로 남들만큼 시간과 돈을 쏟을 정성은 모자라지만, 앞으로 별일 없으면 머리색을 조금씩 바꾸긴 할 것이다. 왜냐, 기분이 정말 빨리 전환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