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에 대해

필기구

by 초무으야우

필기구에 유난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립감, 디자인, 편리성, 손목에 무리가 가는 정도 등등. 따지라면 수없이 많은 조건들을 따지고 또 따져서 자신의 필기구를 찾는 사람들. (잠깐 첨언하자면 나의 편견일지는 모르나 이런 사람들은 이상하게 꼭! 만년필을 갖고 싶어 한다. 아니면 이미 자신이 맘에 드는 만년필을 이미 소유하고 있거나.) 사실 나는 필기구에 유난히 관심이, 그리고 욕심이 없다. 손에 쥐어지지고 글씨만 써진다면 그것이 필기구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필기구에 대한 취향이 없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친구들이 무슨 필기구를 쓰는지 유심히 살피고 저런 게 좋은 거구나 하며 문방구에서 샀던 것 같다.


그렇게 알게 된 필기구들이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제트스트림. 일본의 미쓰비시 연필이 생산한 아주 유명한 볼펜이다. 필기구에 문외한이어도 제트스트림이 좋은 건 써보자마자 알았다. 가볍고 부드러운 속기감. 그리고 오랜 필기를 해도 볼펜똥이 나오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제트스트림을 안 써본 사람이 있을까. 모든 이들의 필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익숙한 실루엣의 제트스트림은 대부분 다 색깔별로 가지고 있던 것 같다. 일제 것은 최대한 안 쓰고 싶어서 수능 입시 이후로는 제트스트림을 굳이 구매하진 않았는데 필기할 때 가장 기본템이 이 볼펜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프랑스제 BIC 볼펜. 그 사무실에 자주 굴러다니는 그 볼펜이 맞다. 내 집에도 자주 굴러다니는 볼펜이라 자연스럽게 쓰게 된 볼펜이다. (방금 찾아보니 2018년에 한국에서 철수했다고 한다.) 나는 제트스트림보다 이 볼펜을 종류별로 다 써본 것 같다. 좀 더 묵직하고 펜촉이 더 부드럽고 중압감 있게 표현된다. 마치 볼펜이지만 색연필을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 글씨를 써야 할 경우에는 제트스트림을 썼지만, 평소 간단한 메모나 편하게 들고 다니는 것은 BIC볼펜이었다. 나의 취향이지만, 나는 원래 검정펜보다 파란색이나 초록색 펜을 더 선호해서 늘 파란색이나 초록색 BIC 볼펜은 늘 내 가방에 어딘가에서 발견되는 구겨진 영수증처럼 같이 존재했다.


요즘 필기를 정말 안 하게 돼서 가끔 펜을 쥐고 종이에 쓰는 그런 감촉이 생경할 때가 있다. 이제 대학교 강의실부터 초등학교 교실까지 터치패드가 장악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잉크가 배어 나오는 펜과 그 잉크가 적셔지는 종이. 꾹꾹 눌러 적어서 지압이 느껴지는 글씨체며, 종이 위를 그저 스치기만 한 듯한 흘려 쓰는 글씨체까지 그렇게 종이와 펜이 장악하던, 필기구가 일상이었던 학창 시절이 그리워지긴 한다. 진정한 아날로그의 꽃은 종이와 펜인 것을. 나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필기구는 확실히 정성이 필요하기에 종이와 펜을 든 날이면 더 그날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표 격의 볼펜 모나미가 나의 친구라는 뜻이다. 필기구와 예전보다 멀어진 일상이지만 늘 나의 친구이길, 옆에 잘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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