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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Sep 27. 2023

Mother nature

경이로웠던 풍경

경이롭다. 이 단어는 어떤 인공적인 것에 붙일 수 없는 말 같다. 자연이 결부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아이가 태어난 순간이 경이롭다든지, 여러 아름다운 순간들에도 쓸 수 있는 말이지만, 나는 경이로운 감정을 자연에서만 느껴보았다. 놀랍고도 이상한 이 감정은 내가 자연을 지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자연이 내 시야로 한껏 들어와서 나를 놀래키고, 이런 것을 이제야 봤을까 참 묘한 감정을 느꼈을 때 찾아온다. 우린 경이로움을 느끼기 위해 자연으로 힘껏 도망쳐야만 한다.



우주

우주를 늘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을까? 우주에서 보면 난 그저 미물일 뿐인데, 이렇게도 괴로워하며 사는지 의문이 든다.  별다른 기대도 없이 갔던 양양에서 구룡산에서 달이 잠깐 빛을 잃은 순간 별이 쏟아졌다. 이게 우주의 일부구나. 나는 철저히 압도되었다. 나의 폰은 절대로 이 광활함을 담지 못했다. 늘 산에 올라가 별을 관측하는 것이 매우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었던 나의 과거가 조금 부끄러웠다. 밤하늘을 흩뿌린 그렇게 촘촘히 빛나는 별의 무리를 보며 이 밤하늘만 바라볼 수 있다면, 예술은 탄생할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의 시가 더 복합적이게 느껴졌다. 그는 이런 하늘을 보며 그리움을 담고 별에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밤이 새서까지 이 별을 계속 보고 싶었다. 늘 하늘 위에 있는 별이지만 완벽한 어둠의 순간, 그리고 별을 보고자 하는 의지가 결합해야 이 경이로움을 알 수 있다. 



녹음

제주에서 딱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오름에 오르는 것이었다. 한라산은 가본 적도 있었고, 당장 당일치기하는 마음으로 온 제주에서 당장 한라산 등산이 가능할 리 없었다. 가장 가까운 오름에 가겠다 생각하여, 저지 오름에 올랐다. 저지 오름은 잔뜩 전망대까지 오른 후, 100M는 되는 계단을 내려가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오름에 한가운데에는 갈 수 없었다. 다른 오름에 비해 울타리로 막아두어 사람의 흔적은 없는 푸른 녹음지대가 펼쳐있었다. 원시림 같이  사람 손 하나 묻지 않은 듯한 울창함이 좋았다. 저 나무들 틈 사이에 내가 있다면 반드시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경이로웠다. 늘 보는 나무들은 사람의 손을 타는데, 이곳 나무들은 그저 뻗어 있었고 가득 차 있었다. 




바다

고등학교 때 지리 시간 때 배운 충격적 사실은 서해와 동해의 수심차이였다. 서해와 남해는 동해의 수심에 비하면 개울의 수준이었다. 어린 시절 남해만 보다시피 자라서, 처음 본 동해에 압도되었다. 끊이지 않는 수평선에 꽉 차 있는 진하고 푸른 바다. 계속 해변가로 강하게 몰아치는 파랑. 높은 파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저 심해를 떠올리니 압도당했다. 닭살이 돋을 만큼 무서운 에너지였는데, 동해가 주는 평안함이 있었다. 부서질 듯 오는 파도가 주는 평안함. 강렬하지만 이 또한 쥐 죽은 듯 아득히 사라지는 소리들. 그런 경이로운 소리는 매번 여름 동해바다에 나를 데려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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