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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Oct 03. 2023

서울살이

오늘 새벽 4시 반에 눈을 떴다. 서울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골 마을에 있는 본가에 며칠 있다 막 서울로 올라왔다. 새벽이라 이제 너무 추웠고, 아빠는 새벽부터 서울 간다고 재촉하는 두 딸을 역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5시 반쯤 오는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멀어져 가는 익숙한 풍경을 등지며 늘 생각한다. 난 서울에 "굳이" 살아야 하는가.

사실 서울 토박이가 아니어서 서울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대학 입시 때만 해도 오히려 단순했다. 난 서울에 있는 대학이 가고 싶었다. 그저 인서울.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밖에 뒤따라 오는 서울의 인프라. 서울 곳곳의 명소들. 남들은 다 아는 데 나만 모르는 곳들. 그런 곳들이 궁금했다. 그런 곳들이 다 집과 가깝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으로 단순한 이유로 서울살이를 택했고, 곧 7년이 넘어간다. 


7년을 넘기며, 코로나도 있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간 백수생활도 있었다. 서울에 있을수록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서울은 맛의 고장 전라도 사람의 입장에서 음식이 맛있는 곳이 아니었다. 물론 간혹 가다 뛰어난 맛집들도 있었지만, 어딜 가나 마음 편히 들어가서 먹는 그런 식당이 생각보다 없었다. 그렇다고 공기도 좋지도 않고, 예전에는 득달같이 가고 싶었던 미술관도, 가게도, 식당도, 관광지도 가깝게 있다 보니 그렇게 두근거리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오히려 서울에서 벗어나 차를 몰고 돌아다니는 지방러들의 삶을 조금 더 동경하게 되었다. 매일 낑겨타는 지하철, 사건, 사고가 넘치는 곳. 끝없이 오르는 지하철 요금 (방금도 올랐다는 소식을 보았다.) 터무니없는 집값, 따닥따닥 숨 쉴 곳 없이 붙어 있는 건물들. 서울에서 살기엔 나는 너무 돈이 없고, 쉽게 지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 서울에 있을 이유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서울에 있을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그런 이유들을 추려보면 나에게 서울은 부모로부터 도피처, 그리고 대학시절 사귄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원하는 직장이 몰려 있는 가능성 정도이다. 이 세 가지 요건만이 나를 서울에 있게 한다. 하지만 도피도 다른 지역에서 가능하고, 친구들도 점점 안 만난다면 안 만날 수도 있고, 직장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겹겹이 쌓인 불안정과 불완전 위에 서울살이는 지속된다. 원래 삶이 이렇게 성가셨던가. 이렇게 각박했던가. 쏟아지는 고지서와 미어터질듯한 지하철, 이 빽빽함을 그저 대도시에 대한 동경으로 대체하기엔 너무나도 그 부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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