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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04. 2023

가는 날이 장날

보통 가는 날이 장날인 일상보다 장날에 나가는 일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보통 나에게 '장날'은 주말이나 마감 이후의 삶에서 튀어나올 테지만, 그저 집에만 눌어붙어 있으면서 장날이란 단어까진 꺼내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장날이란 주말같이 일을 하지 않고, 나가기 좋은 적절한 날씨와 적합한 여유, 마음가짐의 상태에서 마침 둘러본 sns피드에서 전시, 마켓, 갈만한 장소를 발견한 날이다.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주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 장날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장날에는 그곳으로 떠난다. 홀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저번엔 집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고 쉬고 있는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그럴 때는 지체 없이 떠났고, 장날을 혼자 넉넉하게 즐긴다. 장날에는 말 그대로 마음이 오랜만에 장이 서기에 축제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요란한 축제보단 잔잔히 팡파레가 터지는 그런 날이다.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나는 아낌없이 시선을 둘 수 있다. 그저 애써 무시하려했던 나의 관심과 흥미를 향해 촉수를 세울 수 있는 날이다. 그리고 그런 장에는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 나눔을 할 때 마음은 배로 행복해진다. 나의 축제를 즐기다 보면 길을 가다 친구와 함께 먹은 파이집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도 떠오른다. 그리고 친구가 좋아하는 디저트집에 들러서 친구에게 전달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 모든 걸 그날 하루에 다 끝내는 무리한 루트까지 계획하려 든다. 역시 장날에는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건 사실이다. 오랜만에 장이 선 거라, 그리고 나는 장날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기에 장날이 장날일 수 있다.


반대로 가는 날이 장날인 경우는 나에게 보통 부정적인 상황에서 많이 썼던 것 같다. 매일 가려고 기다렸던 곳에 가면 꼭 그날을 문을 닫고, 마침 사려던 옷은 그날 다 품절이고, 오랜만에 간 도서관은 휴관이고, 먹으려던 식당은 그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 말 그대로 일단 계획만 하고 그 장소에 가보는 식에 도박을 걸었지만, 그 마음이 좌절되는 건 정말 속상하다.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는 나의 성격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장날의 의미를 사건의 종결에 맞추기로 했다. 나는 준비되었고, 날씨는 마침 좋았다. 그런 여유에 좀 끌리는 곳에 들렸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하루를 보냈다면 그날이 장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장날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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