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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01. 2023

무지개다리

주제를 보고 마음이 심란해졌다면 이미 나도 견주가 되어버린 걸까. 나는 지금 같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에 하루라는 강아지가 있다. 2018년에 태어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가족이 되어 있었다. 하루가 우리 집에 오기 까지는 막내의 부모를 이겨먹는 거래 능력과 부모의 체념이 있었다. 10년 넘게 집에 강아지가 들어오는 건 어떤 불문율처럼 금지되어있었다. 둘째가 10살 즈음에 강아지를 갖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둘째의 생일에는 기괴하게 움직이는 강아지 인형이 등장했을 뿐이었다. 그 뒤로 우린 확실히 알았다. '진짜' 강아지는 우리 집에 올 리가 없다는 걸. 


그러나 부모들은 막내에게 약하다. 분명히, 명백히 도 약하다. (왜 첫째에게는 그렇게 권위적이면서 단단한 심장을 가진 듯한 부모는 왜 시간이 흐르고 막내에게는 양육태도가 바뀌는지 모르겠다.)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고집을 부리는 막내 앞에서 부모는 오토바이 대신 강아지를 골랐기 때문에 우리 집에 하루라는 강아지가 오게 되었다. 나와 둘째는 반대했다. 우리도 물론 강아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진정 이 작은 생명을 '잘' 데리고 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나와 둘째 둘이서 반대할 거를 예상했는지, 우리 둘의 의견 없이 부모와 막내, 세명의 동의에 의해 하루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실망스럽게도 막내는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하루에게 잘하지 못했다. 그저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을 때 방 밖으로 나와서 통통 튀는 하얀 움직임을 보러 나올 뿐이었다. 본인이 다 책임진다면서 결국 하루 양육의 몫은 부모에게, 그리고 부모의 빈자리에는 책임감이 강한 둘째가 그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는 너무 귀엽지만 동시에 생명을 키우는 그런 책임감이 어딘가 성가셨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우리 가족이 된 이 작은 생명에게 굴복했다. 옆에서 따뜻한 것이 마음을 놓고 배를 까놓고 잘 때면 심장이 살짝씩 멎는 기분을 처음 느꼈고, 아침마다 산책을 꼭 시켜줘야 내 마음이 안심되었고, 물을 할짝이며 마실 때 너무 귀여웠다. 갤러리는 하루의 사진의 지분이 커졌다.


그래서 아직 무지개다리라는 개념이 나에겐 생소하면서도 무섭다. 있던 존재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있던 존재가 더욱 사랑스럽고 찬란할수록 얼마나 그 공허가 큰지 잘 알기 때문에, 아직 무지개다리를 건넌 하루는 나에게 상상할 수 없다. 어떤 언니가 자신의 반려견을 올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의 수명을 30살 정도 떼어주고 같은 날에 죽고 싶다고. 무지개다리로 자신의 반려동물을 보내는 마음가짐은 어떨지 가늠이 안된다. 하루가 코를 고는 소리가 노인의 소리와 같아 가끔 싫더라도 그 소리가 끊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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