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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Oct 30. 2023

보온

몸도 마음도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계절이다. 마음이든 몸이든 열을 뺏기기 쉬운 시기기 때문에 열을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가진 온도를 지키는 것이 아무래도 낫겠다.


낙엽이 지는 계절에는 어딘가 마음이 다른 데로 떠난 기분이 든다. 마음이 나의 육체와 잠시나마 작별하려 한다. 마음은 계속 다른 곳에 있고 싶어 한다. 결국 낙엽처럼 처절히 길바닥에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에 차이더라도 한 번이라도 허공에 두둥실 떠있고 싶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어렵다. 마음을 주고, 상대를 생각하고, 마음을 쓰고, 이런 행위를 하기엔 나의 마음은 이미 냉골이다. 나 하나도 제대로 덥히지 못하기에 나는 어쩌면 이번 계절에도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기보다는 나의 마음이라도 부디 이 땅에 잘 발붙히며 지키겠다고,  갖은 노력을 다 해야겠다. 


활짝 웃기보다 시선은 계속 아래를 향한다. 시선은 오직 자연을 마주할 때만 올라간다. 회색 콘크리트 벽 그리고 창문에 걸린 노란색 은행나무. 


아직은 그렇게 쌀쌀하지 않다. 아직은 눈을 질끈 감을 정도는 아니다. 그저 떠진 눈으로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며 오늘도 초라하고 울퉁불퉁하고 이상하게 머리에 빈소리만 나지만 생각은 많은 듯한 나를 껴안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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