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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13. 2023

고전, 클래식함에 대한 단상

so classic of you

그거 너무 너야. 와 그거 완전 너 같다. 

사람마다 매우 클래식한 부분들이 있다. 뭐 조금 치환하면 각자의 뻔한 구석들. 뻔한데, 지긋지긋한데 귀여워 보이면 사랑인 것 같고, 뻔하고 지긋지긋하고 혈압이 조금 오르면 구제불능이겠다. 구제불능이어서 한숨이 푹 나올지 몰라도 결국 예상가능한 것들이 주는 안정감 때문에 우리는 고전에 목매는 듯하다. 여러 장르에서 고전은 한물간 것의 의미보다 지긋하면서도 결국 예상가능한 안정감과 넉넉한 자산의 의미를 갖는다. 음악에서는 너무 진부하게도 클래식한 음악들이겠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재즈를 듣다가도 너무나 정음과 정박에 떨어지는 음악이 그리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정해진 것이 많은 고전이 더 실력자를 분별하기 좋다고 말을 들었다.) 예능이나 드라마도 짤들이 이용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고전이 있기 때문에, 결코 죽지 않고 등장하는 각설이 같은 고전 덕분에 우리는 웃음의 뉴런이 더 자주 연결되고 더 여유롭게 뒷짐 지고 즐기는 구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머리 아픈 인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들이지, 고집이 센 인간들이 아니다. 의외로 고집이 센 인간들은 뻔하고, 한결같고, 단순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정말 구제불능한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이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들어다 보면 생각보다 귀여워할 수 있는 구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매일 똑같은 좌석을 고집하는 사람, 매일 말 끝마다 어떤 말버릇을 붙이는 사람, 매일 똑같은 것만 고집하며 먹는 사람, 매일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 등등. 누군가에겐 최악일지 몰라도 우린 그냥 정말 또 그러네 이러면서 툭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너무 뻔하고 고전적인 것에는 이해보다 포기와 수용이 더 낫다.


나는 나의 성격 때문인지 모든 것을 쉽게 질려하기 때문에 어떠한 반복되는 클래식함과 전혀 맞지 않다며 살아온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 조금이라도 다른 것, 그런 불나방 같은 취향 때문에 나는 너무 뻔한 것, 너무 클래식한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정말 영원하다"는 반박불가능한 참인 문장이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예상 가능한 것들은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그런 풍요의 가치를 나는 너무 평가절하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너 같은 것, 너무 고전인 것들, 너무 오래 묵은 묵은지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세상을 얼마나 우습고, 재밌고, 든든하게 만드는지. 오늘은 세상에 모든 뻔한 것들을 예찬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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