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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18. 2023

사람 간 거리두기

과거에는 그렇게 어려웠다. 사람 간의 거리를 인정하는 것.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다. 난 그저 좋으면 마음을 쓰는 것만 생각할 뿐 상대가 어떻게 느낄 것인지에 대해 사고를 못했던 것이다. 얼마나 둔했냐면, 상대가 열심히 다이어리를 쓰고 있으면, 뭘 그렇게 얼마나 열심히 쓸까 궁금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적도 있었다. 그 내용을 궁금해하기보다는 그저 그 친구가 궁금한 것이었는데, 상대가 반감을 일으키기에 좋은 행동이었다. 자신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 같은 그런 시선은 분명 그 친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는 행위였을 것 같다. 마치 스토커 같은 행위이다. )


지금에 와서 너무나 미숙했던 나를 다시 떠올리면, 그런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시작과 방향이 너무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애정을 쏟는 것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 사람에게 적합한 배려와 적합한 애정을 쏟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서서히 배워갔다. 내가 좋더라도, 그 사람이 싫으면 싫은 것이고, 내가 궁금하다 해서 그런 궁금증의 표현이 상대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천천히 익혀나갔다. 


솔직히 많이 아팠다. 그냥 맘껏 애정을 쏟고 싶은 순간들, 그러나 내 마음을 오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앞섰다. 그리고 나의 애정이 상대에겐 상당한 불쾌함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나의 존재가 상대에게 불편해진다는 것. 그런 것들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의 의도가 상대에게 정확하게 안착하면 좋겠지만, 나는 가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했다. 나는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나의 행위를 멈추려면, 나를 다그치며, 누군가에게 나는 부담이라는 사실을 여러 번 상기하며 인정해야 했다. 


이젠 거리를 두면서 적당한 애정과 관심을 쏟는 것, 가끔 눈치 없이 비집고 튀어나오는 애정의 초과량을 타인에게 전혀 포장되지 않은 채로 내어 보이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나를 돌보는데 쓰고 상대에게 넉넉한 시간과 마음을 주려한다. 적정한 거리를 두는 법은 결국 나 스스로에 대한 여유에서 나오고, 그런 건 정말 누구도 안 알려준 가르침이었기에 나에게 그렇게 쌀쌀맞던 '거리두기'라는 단어는 그렇게 차가운 단어가 아니다. 상대와 나의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따뜻한 울타리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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