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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23. 2023

기념품

여행을 다녀올 때 기념품을 사 오는 편인가? 나는 사실 기념품 구매에 굉장히 신중하다. 어떤 낯선 장소에 가서 그곳에 있는 경험과 기억을 나중에 떠올리기 위해 기념품을 구매한다면 더욱 신중해진다. 이 기념품이 나중에 정말 그 기억들을 불러일으켜줄 정도인지 고민하다 보면 자주 그 물건을 내려놓고 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이 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엽서다. 나는 어딜 가든 기프트샵에서 엽서 코너를 꼭 확인하는데, 대개 엽서는 그 장소를 잘 담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나는 엽서 구매에는 그렇게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구매했던 것들 중에는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전시 기프트 샵에서 구매한 그의 작품이 그려진 엽서와 강릉 여행 갔을 때 고래책방에서 구매한 엽서가 맘에 든다. 친구에게 줄 간단한 선물이 있을 때 엽서를 꺼내서 편지를 쓸 때 친구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그 엽서를 구매한 그 장소와 기억을 쉽게 불러낼 수 있다. 나에겐 가장 직관적인 기념품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소유하는 엽서도 있지만, 친구에게 줄 때면 (나만 알겠지만) 좋은 기억을 함께 선물하는 기분이라 더 좋다. 


그리고 엽서는 보통의 편지지보다 더 기념비적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프랑스에 잠깐 머물 때 주변 서점에서 엽서를 구매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냅다 편지를 써서 보낸 적이 있다. 해외 우편이라 부디 무사히 갈까 걱정했는데, 받은 친구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내 방에 바다 건너 날아온 너의 엽서가 붙어있어. 내 방에 있는 조그만 힐링존이야." 이 말 때문에 더 엽서를 열심히 쓰게 되는 거 같다. 내 엽서가 또 누군가에게 (관계의) 기념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엽서는 압축적이게 그 장소를 표현하고, 그 엽서에 쓰인 내용 또한 보통의 편지지에 비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더욱더 압축적이다. 그래서 나에게 최고의 기념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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