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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Nov 22. 2023

혼자 있고 싶을 때

언제 혼자 있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역시나 사람에게 치일 때이다. 계속 요구되는 단체활동, 그리고 나의 역할이 다른 사람, 상황, 일에 파장이 있을 때라면 더더욱 혼자 있고 싶어 진다. 일뿐만 아니라 sns, 심지어 오락까지 연결되는 지금 사회는 생각보다 과잉연결되어 있다 생각한다. 과잉 연결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결핍을 확인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근원적 고독에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외로움을 느낀다.


물론 연결은 중요하다. 연결되는 건 많은 일을 창출해 낸다. 그러나 나는 철저히 개인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이 "비연결"상태라 생각한다. 사람과 일에 대해 연결되지 않는 시간들. 쇼펜하우어도 얼마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강조했던가. 혼자 있는 시간은 많이 가져도 늘 모자라다. 그리고 마침 이 글을 쓰는 지금 요 며칠간 나는 철저히 혼자의 하루를 보냈고, 보내는 내내 혼자의 시간을 더 갖고 싶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는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 휴일만 나면 어떻게든 사람들과의 약속을 잡고 무얼 할지 고민만 했다. 그러나 장기간 나를 홀로 내버려두어보니 나는 나 스스로 치유의 루틴을 찾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날 혼자 집에만 있던 날에는 철저히 유튜브와 sns에 절여진 하루를 보냈다. 그날 밤엔 머리가 깨지듯 아프고 공허했다. 유튜브와 sns는 deconnection 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한 연결이었다. 몸은 혼자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고, 나의 육체는 홀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둘째 날은 그렇게 보내지 않기위해 나는 요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마시고, 미뤄왔던 하루키 책을 꺼내 들었다. 신작인데 꽤나 두꺼워서 압도된 나머지 독서를 미뤘지만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요리를 했다. 오직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칼질을 하고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읽고 싶은 만화책이 있어서 인터넷 주문은 지양하고 직접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가서 책을 사서 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입을 꾹 다물고 혼자 진행했다. 다행히 카톡도 오지 않았고, 평온히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은 사실 언제나다. 늘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는 진정으로 내가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안온한 것들을 수행했을 때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나 혼자 잘 있게 된 이후부터 더 혼자 있고 싶어졌다. 어느 정도 세상과의 연결성을 끊고 내 정신과 육체만 열심히 돌보는 그런 혼자만의 시간이 그렇게 좋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우리는 사실 '연결'이 아닌 '돌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기보다 사람들의 틈 속에서 안정감을 얻는 것을 돌봄으로 착각하는 걸까. 이 세상에 지금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 그리고 혼자 있기 너무 싫다는 사람들에게 부디 안온한 혼자의 시간이 주어지길, 그리고 지금 나 또한 이 기쁨을 오래 누릴 수 있길. 언젠가 카톡을 탈출하는 날을 그리며, 글을 줄인다.



오늘 나의 요리 때 사진을 공유한다. 정갈하게 썰어진 채소에서 오는 안정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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