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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an 11. 2024

N잡의 시대

핵개인의 시대, N잡의 시대.. 한 사람이 오로지 자신을 위해 능동적으로 꾸려나가야만 하는 삶을 다양하게 부르는 걸 목도한다. 처음에는 N잡의 시대라는 말을 듣고 불안감보다 조금 설렜다면 멍청한 감상이었을까. 워낙 어렸을 때부터 딱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다 하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어서 나에게 하나의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그런 미래에 대한 암시는 어쩐지 지루하고 싫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안정된 단 하나의 직장, 철밥통,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나를 설명하는 이름표 중 하나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대책 없는 허상의 끝은 결국 미뤄둔 업보의 청산일까. "다양한 사람이 될 수 있어!" 혹은  "다양한 직업을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여러 개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어", "여러 탕을 뛰어야 네가 먹고살 수 있어"라는 말과 어쩌면 유의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절대 지루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나는 어쩌면 다들 지루하다고 말한 그런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급여, 안정적인 생활, 남들만큼은 순탄하다고 인정해 줄 만한 삶에 대한 동경이 내 마음에 싹트는 것을 바라본다. 굵은 기둥 하나를 꽉 잡아야 했던 걸까. 나를 지탱하는 가느다란 기둥 몇 개가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불안의 하루는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N잡의 시대도 결국 철저히 능력주의인 것을. 이젠 개인의 첨예하고 고도화된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이가 아닌 나를 선택할 이유를 잘 설득해야 하며(이것 또한 능력이다.) 나의 불쌍한 육체와 영혼이 고달프지 않게 꾸준히 돈을 마련할 창구를 찾아야 한다. 뚜렷한 능력이 없고 수동적인 자에겐 과거 평생직장의 영광이 아직 사려있는 곳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N잡의 시대라는 열린 가능성과 동시에 텅 빈 땅에서 난 땅을 파고 개간을 하기보다는 아직 두려움에 떠는 인간 정도밖에 안된다. 텅 빈 세계에 놓여버린 인간. 그런데 수없는 가능성의 구름들이 둥둥 떠다니는 공간. 공허와 동시에 너무 많은 가능성 중에 내가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모르겠는 인간. 평생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일단 가만히 있기보단 땅이라도 파서 이 불안을 잠깐 잊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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