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무으야우 Jan 18. 2024

'향'에 대한 단상

0. 어떤 작가가 외출을 할 때 립스틱은 안 챙겨도 향수는 꼭 챙긴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그때까진 향에 대한 생각조차 못했다. 향이 그렇게 중요한가. 나라면 립스틱을 챙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나 과거의 내 뒤통수를 치듯 나는 요즘 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사가 화장에서 향수류로 옮겨가나.. (아님 말고) 그런 생각도 든다.


1. 최근 읽고 있는 전 에르메스 조향사의 책에서는 향기와 향수를  어떤 프랑스 작가의 인용구로 구분한다. 향기는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이며, 미물인 인간은  어떻게든 향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을 만든 게 향수라며. 아무튼 향이란 참 미묘하다. 이탈리아어 동사 'sentire'는 '향을 맡다'라는 의미와 동시에 '듣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향은 우리에게 무언가 말해준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을 말해준다. 어떤 향은 추억을 그리기도, 어떤 향은 어떤 사람을 우리에게 그려준다. 사람과 추억을 기억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점에서 나는 나의 향을 갖고 싶어졌다. 향을 감히 소유해보고 싶었다. 


2. 향을 맡으면 나를 떠올릴 수 있는 향을 찾고 싶었다.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향으로. 그리고 아직 탐색 중이다. 최근에 깨달은 것은 나는 우드향, 진저향을 좋아한다는 것이었고, 약간의 스파이스 함도 좋아한다는 점이다. 반면, 베이비파우더 향이나 비누향은 싫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아직 나는 내 옷을 찾는데 분주하다.


3. 나만의 향기탐색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향을 갖는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다는 말과 나에겐 어쩌면 동의어라 수 있겠다. 어떤 향은 낯설다가 결국 몇 번 맡다 보면 반가워지고, 향이 좋아진다. 그 향이 그리워진다. 예전엔 내가 조향사가 되지 않은 이상 나만의 향이란 없다는 그런 빠른 낙담 때문에 향에 대한 탐구와 향에 대한 환희가 늦었지만, 이젠 사람마다 살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안 뒤로, 어떤 향들은 더욱 유일무이해졌다. 


4. 내가 좋아하는 향은 성당의 재냄새가 나는 친구의 향, 산뜻한 비누냄새가 나는 엄마의 향, 절간 냄새가 나는 친구의 향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사람을 담는다. 그저 샌달우드 그저 일랑일랑. 이런 식물이나 브랜드 이름으로는 담지 못하는 향이다. 향이, 사람이 풍겨올 그저 반가움과 그리움에 마음의 추억창고 자물쇠를 하나 푸는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의 첫 방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