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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an 21. 2024

가장 긴장되는 순간

솔직히 말하면 최근 나를 긴장으로 몰아넣는 순간은 별게 아닌 순간이었다. 아직 나의 업무능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시기라 나에게 일을 지시하는 상사의 연락이 그냥 와도 나는 몹시 긴장한다. 그저 업무지시를 하려고 대뜸 연락이 와도 내 심장이 옥죄어지는 기분이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 나 저번에 한 일 잘못했나"부터 "아까 내가 말실수한 게 있나", "아까 보낸 퀵이 잘못 보내졌나" 등등. 일을 못해서 일을 크게 그르친 적은 다행히 아직까지 없지만, 여전히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상사가 내 이름을 그저 호명만 해도 너무 긴장된다. (바보 같아서 어디에도 말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긴장한 순간들이라 하면 오디션을 본다든지, 공연을 한다든지, 그런 몇몇의 대중이 필요하다 생각했지만, 나를 숨 막히게 하는 건 단 한 명만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는 대답은 늘 신중하게 하고 싶어서 카톡의 미리 보기 기능을 매우 선호하는데,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말실수를 최대한 피하고 싶다.)  나의 상사는 ㅇㅇ야~ 하고 나를 부르고 내가 읽을 때까지 대기하는 편이다. 읽자마자 대답을 하면, 바로 지시를 하는 편이다. 나는 이 동시간성이 날 긴장되게 하는 거 같다. 언제든 사고는 터질 수 있고, 설령 상사가 나의 잘못을 즉각적으로 지적한다 하면 나는 잠깐 충격을 받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죄송함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열심히 찾아보는 그런 긴장 완화의 공간을 잃기 때문이다. 


늘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의심을 하며 시작하는 대화는 긴장을 높인다. 어떻게 해야 상황이 나아질지, 어떻게 해야 나의 미안함을 잘 표현할지, 그렇지만 지혜롭게 대응할지. 그런 소용돌이를 난 즉각적으로 잘 대처할 자신이 유난히 없어서 자세한 정보가 없는 첫 카톡이 두렵다. 가장 무서운 연락이 선배들의 안부인사라고 하면 말 다했다. (절대 안부를 전하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왜 이리도 고장이 나는지. 긴장해서 고장 나고, 고장 날 걸 알기에 또 긴장하고.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면 난 아직도 초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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