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가장 없을 때 가장 현명하게 현재와 미래의 나를 위해 투자하는 방법은 오직 건강한 식품을 사먹는 거라 생각한다. 당장의 엥겔지수는 정말 끝도 없이 올라가서 오히려 당장 경제적인 소비인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나의 이러 사고는 이런 생각에서 나온 거 같다. 당장 내가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도, 그렇다고 투자를 하기엔 충분한 씨드를 모을 수도 없고, 당장 여행을 갈 정도로 넉넉하지도 않다. 그래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람이 사는데 돈이 안 들 리가 없지 않은가. 일단 의류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주거비용은 눈을 감고 부모님에게 빚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식품이다. 패스트푸드나 간단하게 허기를 때울 수 있는 탄수화물, 고당질 식사를 사 먹으면 더 절약이 될 수 있겠지만 (사실 요즘 햄버거나 김밥도 싸진 않다.) 나에게 잘하는 짓이라고는 생각이 안 든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 몸뚱이를 부디 조금이라도 건강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자취생치고는 비싼 식재료를 사 먹는다.
대표적으로는 달마다 17만 원 정도를 목초육, 무항생제 고기를 사는데 소비한다. 보통 스페인산 돼지고기인 이베리코 순종 베요타를 사서 먹는데, 부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500G에 보통 33,000원 선이다. 한 달 치 고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도 되나 손이 덜덜 떨리는 사치템이지만, 항생제를 먹인 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항생제의 위험성이 미래 건강에 대한 불안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그저 눈 딱 감고 장바구니에 잘도 넣는 제품이다.
이뿐만 아니라 계란도 최대한 자연방목한 난각번호 1번 계란만 사 먹는다. 이처럼 최대한 유기농 제품을 고르고, 가장 가공이 덜 된 제품을 사서 직접 요리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정도는 나를 위해 까다롭게 고른다. "You are what you eat"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사실 이런 소비를 한 것이 오래되진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우울해졌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괜찮은 음식을 매일 직접 해 먹는 걸로 조금은 해소가 되었다. 아직은 나를 위해 잘해주는 방법을 잘 모른다.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건 내가 지금 향한 마음의 방향과 관계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 애인을 위해 특별히, 자주 고르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바쁜 내가 손쉽게 해 먹기 좋은 것들을 자주 넣기도 한다. 장바구니는 상황과 마음이 들어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의 장바구니는 나를 위해 잘해주겠다는 어떤 다짐과 절실함의 결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