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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Jan 12. 2024

올해의 첫 방문

올해의 첫 ㅇㅇ

내가 살면서 본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면 S의 집이다. 사실 집이라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 그리고 보여주는 것은 나에겐 조금 어려운 일이고, 그런 요청에 쉽게 YES를 하지 마라며 자라왔기 때문에, 누군가가 집에 오라고 했을 때의 그 선심은 나에게 더 크게 확대된다. 그래서 조금 얼떨떨하고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한다. 집까지 공개하다니.. 집을 보여줘도 되나.. 내가 가도 되나.. 등등..  아무튼 내가 지인을 내 집에 잘 안 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친구 집 방문도 나는 어쩐지 조심스러워지는데, 그런 온갖 망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늘 집으로 놀러 오라고 반기는 친구가 S다. 


S의 집은 신림에 있다. 나는 살면서 신림을 처음 가봤다. 골목골목 학구적인 그런 냄새가 났다. 다들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한다면 분명 공부를 마치거나 공부를 하러 가기 위함 같았다. 나에겐 조금 스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처음이어서 그런 것도 있다. S의 집에서 나는 S가 해준 밥을 먹는다. S는 몸은 아주 작지만 손은 아주 크다. (물론 메타포다.) 한솥요리 전문가 같다. 그의 요리 철학은 음식을 먹다 보면 알게 된다. 심심하기보다 그리고 조금은 간간한 간의 음식을 선호하고, 그 맛이 하나의 노선을 정확히 탄다. 딱 느끼하게, 딱 달게, 딱 매콤하게 등등. 


S의 집에서 S의 최애 뮤지컬 녹화본을 같이 돌려보기도, 유튜브에서 나오는 KPOP이나 인물 퀴즈를 맞히기도 하고 그냥 퍼질러 앉아 술을 마시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매번 막차를 놓치거나 막차를 타겠다고 질주하며 만남이 마무리 됐다. 이렇게 남의 집에 많이 찾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년의 나는 S의 초대의 늘 응했다.  이젠 카톡으로 주소를 매번 찾기도 어려워 지도에도 저장을 해두었을 정도니까.


올해의 처음 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오늘은 올해의 첫 S집에 방문한다. 나의 '한 끼 줍쇼'는 올해도 여전하다. 누군가를 불러 밥을 해주는 것이 보통 정성이 아닌지라, 그 마음에 난 조금은 뻔뻔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그저 응한다. 하나하나 S가 들인 재료비, 노력을 다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마음의 보답을 계속 나중에.. 나중에..라고 읊조리며 미룬다. 마치 부모님이 주는 사랑이 그 순간 좋으면서도 압도되어 버거워지려는 순간 바로 나중에 잘하겠다며 그냥 넘기는 것처럼. 


올해는 부디 그 빚 정산을 조금씩 해내가는 내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쓰게 하고 좋은 글을 보내주는 S에게 늘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S를 만나러 발걸음을 오늘도 재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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