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며 시작

내 생애 첫 번째 기억

by 초무으야우

생애 첫 번째 기억을 더듬고 싶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책을 보다가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덴고의 첫 번째 기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기억이 (물론 어머니의 불륜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덴고의 삶에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문득 나의 첫 번째 기억을 떠올려본다.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유적식 기억이 아닌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영상.


나의 첫 번째 영상은 5살 때 철로 만든 계단에서 아차! 하고 넘어지던 순간이다. 고작 1층의 집에 살면서 몇 개 안 되는 계단에서 처절히 굴러 떨어졌다. 아팠던 것보다 아차! 하며 발 미끄러져 넘어졌던 기억과 부분 부분 끊겨 있는데, 결국 엄마한테 발견되어 계란을 피가 나는 인중 위에 올려두고 있던 기억이다. 엄마한테 그때 이야기를 물으면, 엄마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웃기면서도 아찔했다고 한다. 하필 넘어져서 다친 곳이 인중과 가까워서 (참고로 인중은 인간의 급소이다.) 정말 이빨이 다 나갔거나 죽을 뻔했기에 너무 아찔했고, 민간요법으로 인중 위에 겨우 계란을 올려두고 거의 기절한 상태의 딸을 아빠는 이것도 다 추억이라며 사진을 찍고 있기에 엄마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5살 무렵의 사진 속 나의 인중은 불쌍하게도 다 터져 있다. 하필 첫 번째 기억이 넘어지는 그 순간이라니. 아! 정말 망했다!라고 느낀 순간 난 이미 계단을 몇 바퀴는 굴렀고 이미 바닥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도 덴고처럼 첫 번째 기억의 영향인지, 하체의 근육부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리막을 갈 때 미친 듯이 불안하고 약한 공포를 느낀다. 그렇게 나는 동네 산에 등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떼굴 굴러서 응급실도 가보고, 초등학교 운동회날 소위 몸집 큰 일진들의 몸싸움에 불행히도 껴서 같이 큰 계단을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어디서 내리막을 기어가듯 내려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거든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시작부터 내리막에서 굴러 떨어졌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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