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른들의 땅따먹기
회사에서 오늘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다. 엄청난 반항심을 억누르고 또눌러 약간만 표출했을 뿐이다. 그런데 마음이 후련하지 않다. 나도 이유불문 이겨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땅따먹는 어른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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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업무는 전산실의 서버운영이다.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큰 공장에서 서버를 운영한다. 이 것을 다시말하면 드넓은 사막에서 드문드문 난 한그루의 나무를 보살피는 일. 오늘은 나무 한그루 심으려다 선배에게 갑질을 당했다.
서버는 회사 곳곳에 설치된다. 비싼 광케이블을 몇 km에 걸쳐 쭉-쭉- 깔아댈 순 없기에 회사 부지의 공정마다 전산실이 있다. 오늘 설치할 서버는 연구소에서 AI(인공지능)를 개발하기 위한 용도였다. 여러 모델이 들어가는데, 그 중 하나를 내가 맡은 터라 개발자 겸 전산실 운영자로 겸사겸사 관련 잡무들을 처리해주고 있다.
이 서버가 설치될 전산실은 같은 부서의 다른 파트가 주로 사용하는 전산실이다. 그래서 미리 해당 담당자에게 내용을 유선으로 공유하고 설치 위치를 확인 받았다. 빠른 대응에 감사하며 위치를 확인하러 갈 찰나, 그쪽 파트장이 "AI는 안돼"라고 단언하신다. 아니, 무슨 법원 판결이란 말인가.
그래서 네트워크 백본도 거기에 있고, 그 공정에서 데이터를 받아쓰기에 거기에 설치해야 된다고, 더구나 한 대인데 안될까요? 라고 되묻자 "안돼" 라고 고등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그럼 AI 서버는 엄한 곳에 설치해서 비싼 광케이블로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요... 라고 반문하자 "그건 너 사정이고"
이런 무슨 x. 동갑내기나 년차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싸가지가 없다고 분노를 얼굴에 내뿜을 뻔했다. 안 되는 이유는 없다. 자기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따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여러 부서에서 협업하여 개발중인 서버가 대체 어디를 침범했단 말인가. 그 전산실은 우리 부서의 관할이지, 그 파트의 관할은 아니다.
이 분이 파트장에 즉위하신 지는 이제 고작 서너 달 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후배사원들을 챙겨가며 '차 한 잔 마시고 가' 라며 인심을 베푸셨는데, 대화하지 못한 서너 달 사이에 폭군이 되어있었다. 자신의 발이 닿는 곳은 자신의 땅. 그곳을 넘보는 자는 단칼에 용서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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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땅따먹기는 아이들보다 우습다. 아이들은 재밌게라도 하지, 어른들은 모두가 다 짜증에 섞여 땅에 선을 긋는다. 비가오면 땅에 그린 선들이 사라지듯 논리 없는 직책자는 사라지기 마련. 뼈아픈 일침을 직접 꽂아드리진 못하지만, 땅따먹기에 중독된 어른들이 권위를 가진 이상 회사의 발전은 뒷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