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고비
한 살을 더 먹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이곳저곳 돌려본다. 작년에 처음 만난 회사 동료들, 3년 전에 찾아간 동호회, 5년 전에 헤어진 동창들, 10년 전부터 서로 투닥이던 녀석들, 15년 전 졸업 이후 SNS로만 연락하는 같은 반 친구들.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 관계를 열심히 유지하지 않아도 SNS를 통해 공유되는 안부들은 죽을 때까지 인연들을 끌고갈 셈이다. 문자를 다 돌리고나면 적당한만큼 체력이 소진돼서 설음식이 더 맛깔난다.
그렇게 인사만 돌리다보니 어느 덧 서른이 지났다. 사람이 오래 살아야 100살까지 산다면, 그 중 30년은 잠을자고, 5년은 식사를 하고, 5년은 씻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품을 바르고, 옷을 입는 데에 쓴다. 서른이면 남은 60년 중 절반 지점에 도착했다.
살아온 날이 반이고 살아갈 날이 반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당장 내일부터는 죽음에 더 가까운 인생을 살아간다. 인간에 예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죽음'은 이렇게 조용히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수명을 다해 100살까지 산다는 전체 하다.
한 때 '당장 내일 죽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나는 버스에서 무엇을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다 생각을 접었다. 무엇을 할지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이 그다지 없을 뿐더러, '오늘'이라는 시간에 한정에 단 하나의 일을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다만 한 가지 휴대폰에 적어둔 건 '반드시 죽는다'는 글이다.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계획할 순 없어도, 마치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건 나 스스로에게 예의가 없는 게 아닌가. 나는 반드시 죽는다. 불변의 법칙 속에서 최선의 법칙을 찾아보자.
* 하루 수면 7시간 / 하루 식사 1시간 10분 / 하루 씻고, 드라이, 화장품, 옷을 1시간 10분으로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