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갔다가 느닷없이 맥주 한 캔을 집어들었다.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약해진 하루였다. 맥주를 들고 엘레베이터를 오르는 동안 누군가 대화를 건네오면 툭 하고 터질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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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하고 있는 부업은 '해외구매대행'이다. 해외 물건을 골라서 국내 오픈마켓에서 파는 일이다. 두 달 만에 순이익이 몇 백이니, 4개월 만에 몇 천이니 하는 이야기에 혹 한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두 달 남짓 달려왔다.
다행히 적자는 보지 않았지만, 데이터가 없다 보니 상품 가격들이 낮았고 이익률도 썩 좋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고생한 보람만큼 어떤 상품을 얼마에, 어떻게 팔아야 할지 이제는 전략이 조금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불을 두 건이나 진행하고 나니 두 달 고생에 겨우 5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
5만원. 코인 거래를 한다면 단 몇 초 만에 얻을 수도 있고,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두 끼만에 사라질 수도 있는 그런 금액이다. 그 작은 돈을 벌기 위해서 두 달을 갈아 넣었는가, 하는 노여움에 맥주를 집어 들었다. 이게 나와 맞지 않는 사업인지, 동시에 '고작 두 달 하고선...' 오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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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덟과 다르게 서른 하나라는 나이도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스물 여덟은 온갖 좋지 않은 일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기에 그저 재기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었지만, 서른 하나는 가지고 있는 온갖 것을 버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애를 멈추고, 미래가 그려지지 않기에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이 잘 풀리지 않기에 취미를 내려놓고,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음 한 켠에선 자꾸만 '지금 만족하면 평생 평범하게는 살 수 있잖아.'라는 말이 들려온다.
대기업과 적지 않은 연봉, 적당히 갖춘 능력, 자유로움이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이다. 분명 적당히 먹고 살 수 있느 상황인데 '조금 더 나은 삶, 조금 더 나은 삶'을 외치다 보니 연이은 실패와 좌절로 잃는 것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평생 한 명의 인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한 명의 나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삶에 미련은 없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나로 살아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극복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부디 스물 여덟이 그랬듯 서른 하나도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한 해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