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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Nov 19. 2021

잠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

사이드프로젝트가 직장인들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수많은 자기 계발 내용들이 쏟아졌다. 그중 단연 기본이 되는 게 "미라클 모닝"이다. 다섯 시 기상, 여섯 시 모닝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간보다 중요한 건 체력관리다.

작년 10월엔 5시, 올해 초엔 4시로 당겼다가 최근에는 3시 무렵에 일어나고 있다. "퇴근 후엔 피곤하니까 출근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꽤나 효과가 좋다. 회사에 가기 전 무려 4시간이나 있다니, 무엇을 못할까.


주로 사이드프로젝트의 일환인 사업을 한다거나, 꾸준히 하기 어려운 운동, 명상 등을 하고 있다. 계획한 것들을 차곡차곡 실천하다 보면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서도 "난 오늘 이것저것 이루고 출근 중"이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하지만 반대로 실천하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인데 눈 떠보니 일어나야 할 시각을 한~참 지났다. 알람을 끈 기억이 없으니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나무라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알람 앱에 들어가 보면 착실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심코 알람을 끄고 잔 것일까. 기억이 나지 않으니 알 턱이 없다. 심지어 이게 이틀 연속, 그러다가 일주일에 사나흘 동안 지속된 적이 있는데 무서워지기도 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조차 못한다'는 게 처음으로 겁이 났다.


보통 수면시간이 6시간 정도이니, 하루의 4분의 1을 내 의식과 상관없이 몸뚱이가 제멋대로 놀아나는 셈이다. 어릴 때는 벌떡 일어나 걷는다거나, 상체만 일으킨 채 누구와 대화하듯 말을 했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들었었다. 


몽유병이 다시 돋은 걸까. 혼자 생활하고 있으니 그런 것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알람을 껐다는 사실이, 무의식이 의식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알람을 놓치고 "늦었다!"라는 생각과 눈을 떠도 아침 다섯 시가 대부분이다. 


일 년 정도 일찍 일어나다 보니 몸의 기상시간이 그쯤으로 맞춰진 듯하다. 물론 수면 시간도 9~10시쯤으로 맞춰져, 회식하는 날이면 집에 픽 쓰러지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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