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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Aug 07. 2021

I have a weekend

주말에도 일하는 그대를 위해

"I have a dream"으로 시작하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은 아주 유명하다. (잘 모른다면 와아오가 쓴 이 글을 읽어봐도 좋다. https://brunch.co.kr/@choncreate/2) 흑인 인권 운동이 본격화된 시기로 모든 사람이 인격적으로 평가받는 날이 오길 희망하는 메시지였다. 문득 주말의 반을 보내고 나자, 그 연설이 떠오르면서 '아, 나에게는 주말이 아직 남아있구나!'라는 희망이 솟았다.




필자는 좀 힘들게 사는 구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잉여 시간'에 대해 굉장히 압박을 받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이번 주말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본가가 있는 서울에 한 달 넘게 가지 못하다가 큰 마음을 먹고 금요일 연차 - 금토일 삼일 계획으로 서울에 갔다. 하지만 토요일 점심까지 모든 약속이 끝나자, 더 이상 할 게 없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부업을 하는 터라 컴퓨터만 있으면 할 게 생기는데, 막상 노트북을 키니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효율이 떨어지니 뭔가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고, 결국 토요일 오후에 광양으로 내려왔다.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말에 일을 하겠다고 노트북을 켰으면 엄청난 분량을 해낼 것 같았는데, 오히려 시간만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광양으로 내려와서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35인치 대형 모니터에 작업창을 여러 개 띄워두고 뚝딱뚝딱 일처리를 해나갈 것 같았지만 마찬가지. 나태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았다. 이때 뜬금없이 "I have a weekend"이라는 말소리가 머리에 울려 퍼졌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대사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마틴 루터 킹의 연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그 희망찬 연설처럼 나에겐 아직 주말이 반이나 남아있어! 이렇게 풀 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차오르는 자신감으로 모니터에 띄워져 있던 모든 작업창을 닫아버렸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일을 하지 말고 쉬자. 아예 일 생각 자체를 하지 말자. 게임을 하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등등 진득이 시간 흘러가는 대로 보내버리자. 이런 결의 하나만으로도 주말이 갑자기 행복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게임이 아니라 브런치에 로그인한 필자는... 주말이라는 느낌이라도 얻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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