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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n 29. 2021

투잡의 기술

#미라클 모닝은 5시가 아니다.

요즘은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투잡을 한다. '투자'도 꾸준히 시세를 확인하고, 매물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일로 취급한다. 그렇다면 과연 1년 이상 지속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나는 최대 쓰리잡까지 뛰어봤다. 돈이 급하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결단을 하게 되는데 결국에는 장염에 걸려 꼬박 일주일을 고생해야 했다. 그땐 시간을 갈아 넣었을 뿐 기술이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처럼 의욕은 가득 하나 무작정 시간을 갈아 넣거나, 운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거나, 혹은 하는 척만 하기 일쑤이다. 그러고 나면 1년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 


최근에 취업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조했던 단어는 Position.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할 것. 그 내용을 전달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공채를 하면 기본 2~3만 명이 지원을 한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뽐내느냐는 자신의 position을 알아야만 가능하다. 투잡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냉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투잡은커녕 원잡 조차 힘들어질 게 뻔하다. 




내 사례를 예시로 들어보자. 요즘 나는 3시 30분에 일어난다. 흔히 미라클 모닝이라고 일컫는 5시를 훌쩍 앞선 시각이다. 주변 사람들 몇몇은 왜 그렇게까지 해?라고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ㅎㅎ" 웃어 넘어 가지만 그저 가치관의 대립이 일어났을 때 내 시간을 뺏기면서 대화하기가 불편해서 넘어가는 맥락이다. 어쩌다 알람을 꺼놔서, 중간에 뒤척이는 바람에 예상보다 늦게 눈이 떠질 때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 봐야 4시 30분 정도이지만, 내가 온전히 쏟을 수 있는 한 시간을 놓친 기분이 든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5시를 작년 10월에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2월쯤 4시 반으로 앞당겼고, 3시 반이 된 건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다. 이렇게 앞당기게 된 이유는 투잡 때문이다. 지금은 지방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인프라가 너무 열약해서 연봉 빼고는 만족할만한 게 없다. 그래서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겠다는 목표가 확고해졌고, 그러기 위해선 '이직'은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사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에게 지금 중요한 건 '회사 일'보다 '내 사업'이다. 


사람에게는 하루 동안 판단할 수 있는 선택의 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를 '선택 총량'이라고 말하겠다. 만약 아침 5시에 일어나서 2시간 정도를 사업 준비에 쏟고, 9시간 동안 회사 업무를 한 뒤,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사업 준비를 한다면? 저녁에 내리는 결정들은 대부분 다음날 아침에 수정/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그럼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되었고, 사업 준비는 2순위로 밀려나는 것뿐만 아니라 체력적/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어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3시 반이 딱 적당했다. 출근을 보통 7시 반에 하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나에게 온전히 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나는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유튜브에서 moring jazz live를 재생한 뒤 사업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운동을 다녀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8시, 회사 업무를 시작할 때면 남들은 잠에서 덜 깬 상태이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보람차고 개운한 하루를 절반이나 보냈다는 기분이 든다. '4시간을 나를 위해 썼으니, 회사 일에 잠깐 매진하는 것쯤이야.' 그렇게 회사 일도 남들보다 일찍, 더 깔끔하게 처리해낸다. 


17시에 퇴근을 하면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과 가까운 수준이다. 저녁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사실 대부분은 회사 식당에서 해결한다.) 가볍게 웹툰이나 유튜브 영상을 30분 정도 즐긴다. 18시가 되면 다시 사업 준비를 하는데, 이때부터는 단순 반복 작업들만 할 뿐 어떤 결정이나 선택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 굳이 지금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샤워와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침대에 누울 때면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는 성취감에 내일을 3시 반에 시작하더라도 기대가 되기 마련이다. 


만약 투잡을 한다면,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길 바란다. 3시 반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회사 출근이 8시이며, 퇴근 후에 회식이나 야근이 잡힐 때 사업을 못하는 게 끔찍하기 때문에 3시 반에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각자 1순위의 일을 언제 해야 할지, 내 신체 리듬에 알맞은 수면은 몇 시간일지, 체력은 받쳐주는지 등 position을 정확히 인지한다면 자신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아침, 진짜 미라클 모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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