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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Nov 24. 2021

부업 5개월 만에 나를 위해 쓰는 기록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금액이 많아서, 혹은 적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남아서' 그랬다. 회사와 별개로 해외구매대행이라는 부업을 시작한 지 5개월. 드디어 내 통장에 돈이 남았다.


유통업이다 보니 내가 먼저 제품을 선구매한 뒤 후정산을 받는다. 사업이 커지는 단계에서는 순이익이 고스란히 선구매 비용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돈이 남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매출액은 오르지만, 내 손에는 돈이 쥐어지지 않는 힘든 기간을 거친다.


실제로 이 일을 함께 시작한 모임원들 중에서 몇 분은 저 문제 때문에 그만두셨다. 40대 가장이셨는데, 전업으로 하시다 보니 매출액은 나의 서너 배는 되었을지 언정 생계를 꾸리기에는 다급한 문제가 켜켜이 쌓이셨다. 결국엔 재취업을 하셨다.


다행히 나는 본업이 뚜렷이 있는 상황에 하루를 쪼개어 부업으로 연명하고 있다.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입장이니 부담은 덜하지만, 주위에서 '무얼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묻는다면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이 없으니 할 말이 없는 지경이었다. 


주말이 되면 인스타그램을 열기가 망설여졌다. 친구들은 어떤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가거나 온통 쉬는 사진들 뿐인데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평일에 작업할 일을 미리 꾸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한 주는 본업과 부업이 맞물려 너무 힘들 게 뻔하니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힘들지만 매출이 발생하면 보람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제품군을 바꿔보고, 다른 방법을 적용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구매대행 방식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았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하면, 치열한 전투 속에서 내가 준비한 전략이 먹혀들어가는 짜릿한 느낌. 


그렇게 5개월이 흐른 지금, 11월 매출 정산을 하기 위해 통장 잔고를 조회한 결과, 드디어 약 20만 원이 남았다. 선구매를 다 치르고 나서도 남았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보람으로 남는다. 나는 이제 본업과 부업이라는 구분 대신 두 개의 커리어가 동시에 쌓이는 셈이다.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겠지만,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더 재밌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 5개월 동안 고생했고, 이젠 부업이 아니라 사장이다. 

11월 일주일을 남긴 상황에서, 매출액을 갱신했다.


와닿는 시가 있어 남긴다. 나태주, <인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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