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고 엄마가 바로 떠올랐다. 꽃을 좋아하던 엄마는 내가 어릴 적 교회의 꽃꽂이를 도맡아 하셨다. 기억나진 않지만, 사진으로 보면 일주일의 정성을 그 하루에 쏟아부으셨다. .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나는 백수가 됐었다. 중국에서 돌아와 다음을 준비하던 시기였지만 오전엔 엄마와 산책을 다니기 바빴다. 고향이라던 후암동을 가보진 못했지만, 어린 시절 얘기를 한껏 나눴었다. . 그런 추억을 공유하며 도달한 곳은 올림픽공원. 이틀 걸러 다녀도 지겹지가 않아, 동네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는 공원에 있는 꽃뿐만 아니라 나무 이름도 곧잘 맞추셨다. . 개중에 양귀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홀린 것도 아니건 마, 엄마가 "양귀비가 다 피었네"라고 말하신 게 유난히 생생하다. 나는 집에다 키워볼까, 아무 말이나 던지고는 엄마와 사진을 찍었다. . 돌아오는 길엔 종종 파스타집, 살롱드쥬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사장님께서 "엄마랑 자주 오는 게 보기 좋아요" 그 말을 듣곤, 엄마와 나는 단골로 인정받은 기분에 취해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을 늘어놨다. . 그게 마지막이었다.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때면 20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던 얼굴빛이 환하게 피었던 엄마의 모습. 아마 요정이 되었다면 꽃 위를 산책하겠지. 그림 한 점에, 그리움이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