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네 이름이 떠올랐어. 불과 4년 전, 나는 글을 쓰고 너는 노래를 했지. 그다지 여유롭지 못했던 탓에 좋은 곳은 가지 못했지만 포장마차 떡볶이를 먹고 나서 빙수를 또 먹으며 배를 가득 채웠던 이상한 여름날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너를 보며 생각했어. 재능이 있고 실력을 쌓아도 한 우물을 파는 것, 한 사다리를 오르는 건 여간 어렵지 않구나. 유학을 고민하던 너, 오디션을 고민하던 너, 진로를 조금 변경할까 망설이던 너. 나는 아무런 말도 보태지 못한 채 글 쓰던 일상을 멈추고 취업을 했어.
그 무렵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지. 연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장례식장에 온 너는 살이 빠져 반쪽이 되었더구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말에 대단하다, 와줘서 고맙다. 그런 말 몇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너를 꽉 끌어안았지.
네 얼굴을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위로받고 싶더구나. 꾸준히 길을 걷는 너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얻고 싶어서, 너의 따뜻한 응원을 받고 싶어서 꽉 끌어안았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현실의 벽에 한 번 무너져 내렸고 너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그 뒤로 현실을 살아가느라, 솔직히 말하면 현실에서 성공하기 위해 아등바등 버티느라 네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았어. 당장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내 책상에는 온갖 회의 자료들이 쌓였고, 한 건 한 건 처리할 때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협상을 해야 했지.
집으로 돌아오면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체력을 갉아먹으며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어. 오늘 너의 성공을 바라보기 전까지 나는 내 일상이 가장 멋진 인생이 될 것이라 자신했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주위에서 환호가 넘쳤지.
그런데 아니더구나. 이것만이 정답이 아니더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한 길을 덤덤히 걷고 있는 너를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 정답은 없더구나. 방송에 나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너를 보고 가슴이 하얘져 눈물이 났어. 이렇게 밝은 노래가 네 입에서 나오다니. 그 밝음에 기분 좋은 눈물을 흘렸다.
퇴근하는 내내 차 안에서 네 노래를 찾아들었어. 때론 슬프고, 때론 힘 있는 네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이런 목소리를 떡볶이 한 접시 사이에 두고 몇 시간을 들었다니. 감사하더구나.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네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감사를 느낀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더구나.
정답이 없는 인생, 서른이란 나이에 모두가 다른 길을 걷겠지. 너를 포함한 친구들의 인생, 각자가 서로에게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 성공은 타인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마주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응원한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