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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Sep 19. 2022

NF의 가슴이 웅장 해지는 날씨

점심을 먹고 사무실(스터디카페)에 들렀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마저도 침이 마스크에 닿아 찝찝한 기분이 들어 눈이 떠진 것이다. 이래서는 안 돼! 잠을 깰 겸 산책을 나섰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햇살이 펼쳐진다. 곧이어 나를 훑고 가는 바람은 햇살을 무시한 채 시원하기만 하다. 하늘에 펼쳐진 파랑은 군데군데 흰 구름을 박아놓고 그림이라도 그리는 듯하다.


3분 걸어 동네 귀퉁이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걷는 그런 공원이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마냥 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내 앞이나 뒤에서 누가 통화하며 걸으면 그 이야기를 전부 들을 수밖에 없다.) 매번 저녁에만 들렀지, 대낮에는 처음 찾았다.


파란 하늘, 밝은 햇살, 거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한적한 벤치에는 듬성듬성 사람이 앉아 있었다. 셔츠를 입은 남자는 컵밥을 먹고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자는 포일로 싼 김밥을 꺼냈다. (포일을 벗기지 않아도 김밥이다.) 야금야금, 각자 음식물을 천천히 입에 넣는다. 나는 그 둘 사이에 있는 빈 벤치에 앉았다. 점심을 먹었지만 배고프구나. 고개를 드니 바람이 얼굴을 연거푸 훑고 간다.


나는 오늘 쭉 혼자였다. 혼자 일한다는 게 다 그렇지. 그런데 이분들도 점심엔 혼자구나. 든든한 점심이라고 하기엔 식당에서 내놓는 소박한 1인분만큼, 딱 그 정도 밥거리를 먹는 모습에서 '심심할까? 배가 찰까?'라는 궁금증이 돋아났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덧 30분이 지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씨 하나만 감상하며 앉아 있었는데 벌써 30분이나 지났다니. 아, 저분들도 심심하지 않았겠구나.


각자, 그리고 각자가 모여 살아가는 동네라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동지애(동네 지인 사랑)가 생긴다. 가끔 점심에 여기서 마주치면 인사해도 될라나. 그런 푼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무실(스터디카페)로 돌아간다. 오늘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같은 날씨, mbti-NF들에겐 가슴이 웅장 해지는 가을 날이다. 저녁은 모두 맛있게 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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