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사무실(스터디카페)에 들렀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마저도 침이 마스크에 닿아 찝찝한 기분이 들어 눈이 떠진 것이다. 이래서는 안 돼! 잠을 깰 겸 산책을 나섰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햇살이 펼쳐진다. 곧이어 나를 훑고 가는 바람은 햇살을 무시한 채 시원하기만 하다. 하늘에 펼쳐진 파랑은 군데군데 흰 구름을 박아놓고 그림이라도 그리는 듯하다.
3분 걸어 동네 귀퉁이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걷는 그런 공원이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마냥 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내 앞이나 뒤에서 누가 통화하며 걸으면 그 이야기를 전부 들을 수밖에 없다.) 매번 저녁에만 들렀지, 대낮에는 처음 찾았다.
파란 하늘, 밝은 햇살, 거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한적한 벤치에는 듬성듬성 사람이 앉아 있었다. 셔츠를 입은 남자는 컵밥을 먹고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자는 포일로 싼 김밥을 꺼냈다. (포일을 벗기지 않아도 김밥이다.) 야금야금, 각자 음식물을 천천히 입에 넣는다. 나는 그 둘 사이에 있는 빈 벤치에 앉았다. 점심을 먹었지만 배고프구나. 고개를 드니 바람이 얼굴을 연거푸 훑고 간다.
나는 오늘 쭉 혼자였다. 혼자 일한다는 게 다 그렇지. 그런데 이분들도 점심엔 혼자구나. 든든한 점심이라고 하기엔 식당에서 내놓는 소박한 1인분만큼, 딱 그 정도 밥거리를 먹는 모습에서 '심심할까? 배가 찰까?'라는 궁금증이 돋아났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덧 30분이 지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씨 하나만 감상하며 앉아 있었는데 벌써 30분이나 지났다니. 아, 저분들도 심심하지 않았겠구나.
각자, 그리고 각자가 모여 살아가는 동네라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동지애(동네 지인 사랑)가 생긴다. 가끔 점심에 여기서 마주치면 인사해도 될라나. 그런 푼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무실(스터디카페)로 돌아간다. 오늘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같은 날씨, mbti-NF들에겐 가슴이 웅장 해지는 가을 날이다. 저녁은 모두 맛있게 먹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