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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Nov 04. 2022

감사일기 쓴다고 뭐가 달라져?

자기개발 열풍이 벌써 3년 이상 식지 않고 있다. 경제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므로, 몇 년 뒤에 다시 힐링의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2010년대 초반에 '청춘'이나 '무작정 떠난 여행'이 2030들에게 하나의 멋으로 추앙받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힐링의 시대가 온다한들 휩쓸릴 여유가 없다. 오히려 그런 트렌드가 확대될수록 경쟁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감정이 메말라 버린 것처럼 굴지만 힐링과 자기개발 사이에 놓여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감사일기는 자기개발 시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더 성장할 수 있다는데, 한편으로는 소박한 일상에 감사를 느낀다는 것이 왠지 힐링 무드에 가깝다. 그래서 익히 들었음에도 굳이 하지 않던 일 중 하나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강의를 듣고 하루 10분만 감사일기를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강연자는 '딴생각 말고 일단 해보세요. 도움이 된다니까요. 저도 그렇고 성공한 사람들이 다들 좋다는데 의심하고말고 그럴 게 뭐 있어요. 좀 해보라고요.'라며 닦달했다.


맞는 말이다.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아니라, 스승이 자신의 학문을 제자에게 알려주는 것에 가깝다. 다음 날, 동네 문구점에 가서 가장 심플한 노트 두 권을 샀다. 작은 노트에는 감사일기를, 큰 노트에는 원하는 것을 100번 쓰기(를 하려고 했지만 노트 규격상 66번 밖에 못쓴다.).


마침 11월 1일이 되어 스타트가 좋았다. 날짜마저 딱 들어맞는 느낌. 균형/대칭 강박증이 약간 있는 나에게 이런 상황은 더할 나위 없는 재수이다. 하지만 2일이 되었을 때 솔직히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작심삼일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구나.'


하루 동안 감사할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에 놀랐고, 하루 10분이 아니라 20분이나 들여서 몽땅 적는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평소 하지 않던 필기를 하다 보니 손이 뻐근했다.


3일 차가 되었다. 일단 하루 더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필기 노동을 이어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업 매출이 점점 올랐고, 크몽에 등록한 서비스도 주문이 연거푸 들어왔다. 생각을 뒤엎을만한 상황이었다. 몇 개월 동안 지진 부진했기에 마음이 답답했는데 갑자기 해소되는 게 정말 감사일기의 효과인지 설레기 시작했다.


4일 차인 오늘, 또다시 매출 기록이 경신됐다. 그러자 일에 욕심이 더 생기고,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게임처럼 재밌게 느껴진다. 기존에 있던 엑셀 문서들을 수정하면서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감사일기 쓴다고 대체 뭐가 달라질까 의심하던 때가 불과 나흘 전인데 이제는 하루 중 필수 일정이 되었다. 한 달 뒤에도 효과를 누린다면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야겠다. 물론 일기를 쓰지 않았어도 자연히 일어날 성과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타이밍이 맞았던 것인지도.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 모든 게 우연으로 취급될 것이다. 종교를 믿는 것은 종교가 구체적 사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믿음으로써 종교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은 작심삼일처럼 며칠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의지하고 믿을 만한 존재를 갈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나는 감사일기를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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