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집의 저녁. 스물네 살의 알바생과 단 둘이 식당을 지켰다. 18시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주문은 21시쯤이 되어야 줄어드는데 그 세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주문 건을 다 해치우고 저녁을 먹으면서 요즘 고민을 서로 나눴다. 이 친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시기라 자소서나 면접에 관해 이것저것 캐묻는다.
그러다 문득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로부터 10년이 지나 지금은 서른셋. 무려 10년이 흘렀지만 체감상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물었다. "스물넷 입장에서 서른셋은 얼마큼 멀게 느껴져?" 나-서른셋 입장에서는 스물넷이 어리게 느껴지지만, 솔직히 그리 먼 나이는 아니었다.
대화 주제도 비슷하고, 식사도 같이 하며, 고민의 양상도 비슷비슷한 터라 세대가 아예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친구도 그렇겠지?라는 기대가 섞였다.
"음... 아저씨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끝 말이 없었다. 앗. 아저씨라는 단어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스물넷 입장에서 서른셋은 아저씨 문턱의 나이, 같은 또래라 부르기 어려운 나이라고 한다.
와. 10년이 진짜 금방 지나갔는데 그 시작과 끝의 입장은 이렇게나 다르구나. 당혹스러웠다. 하긴, 내 입장에서 40대 중반을 떠올리면 멀지는 않지만 결코 '친구'라고 칭할 수 없는 거리가 있다.
그런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애매하게 먼 거리를 쏜살같이 지나는 게 사람의 시간이다. 언제 지나쳤는지 매시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얼마큼의 거리인지 몰랐던 것이다.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그 10년 동안 열심히 목표하고, 약속했던 것들이 모두 변해버려서 다행이었다. 빨리도 지나갔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이 벌어지고 변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앞날이 무한히 흥미진진한 것이다!
예상은 할 수 있어도 현실은 알 수 없다. 꿈은 품어도 세상은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거리가 느껴지는 10년 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 있을 것이고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저 주어진 현재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