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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Sep 11. 2023

홍도

흑산도

#홍도 (紅島)

#흑산도 (黑山島)


1978년도 새내기 시절,

여름 방학을 맞아 고무신파 5명이 홍도에 가려고 야무지게 작당을 했습니다

해삼

멍게

꼽쓸

헐크

고무신


꿈 범벅

낭만 칠갑일 때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녔으므로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 주었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무주 구천동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전남 장성의 해삼 본가에서 여장을 풀고는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2박 3일 동안 쐬주에 담금질을 당하여 홍도는 물결에 쓸려 가버렸습니다


고무신의 본거지 진주로 이동하여 촉석루와 진양호를 리딩해 주고는 우리 집 동동주에 또한 뿅!

공중분해 되어 4명은 각자 갈 곳으로 납시고


고무신은

방학 동안 글자라고는 본 적이 없으며 오로지 곡차와 음풍농월을 즐기던 중


8월 말 청학동을 거쳐

지리산 삼신봉을 지나

세석산장과 제석봉에 닿고

천왕봉에 이르러 기타를 튕기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쳐 두고

2학기를 등록하러 헐레벌떡 상경했던 기억이 어제의 일 같습니다


링크 ; 지리산 삼신봉

https://story.kakao.com/_eTZCf4/FCxsHikYte0


이 풍진 세상에서 한바탕 꿈속을 헤매다가 언 듯 정신을 차린 후


비로소 45년 전의 계획을 실천하려 홍도에 입도한 것이죠



2023년 올해의 버킷리스트로 정해 놓고 7월 중 원추리가 만발할 제 탐방하리라 장바구니에 꼭꼭 쟁여 놓았는데 장마에 하염없이 떠밀리다가

이제는 더 이상 물러 설 시간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획일적인 여행사나 산악회의 패키지 여행이 싫어서 그동안에 축적된 섬산행의 경험을 총 동원하여

시간대 별 일정과

승선 및 숙박 정보,

트래킹 경로를 입수하며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1일 차 (목포 ~ 홍도)


3일간 현지의 일기예보는 매우 맑음이고

폭염도 적당히 꺾였으며

풍속은 2m/s 정도

파고도 1m 이내

근래에 보기 드문 기상이어서 다짜고짜 콜


승선권과 홍도2구 민박,

흑산도 모텔을 예약하고 8일(금) 연차 휴가를 득하여

3시 50분 장도에 올랐습니다


창원에서 목포까지 논스톱

공영에 주차하고

조식 후 승선권을 발권하여

7:50 드디어 홍도로 발진합니다



홍도의 유래를 보자면


붉은 동백꽃이 많았고

유람선에서 보면 철분이 많은 암석들이 불그스름하며 형상이 기상천외합니다

이 바위에 관광객들은 열광하는 것이고요


해 질 녘이면 노을이 바위에 붉게 비칠 것이고 반사되는 빛 또한  바닷물을 붉게 물들일 겁니다


하니

온통 붉게(紅) 보이는 섬(島)이라 하여 홍도가 된 것이랍니다

가요에 나오는 홍도(紅桃)와는 다른 것이죠


예전에는 붉은 옷을 입은 섬이라는 뜻에서 홍의도라 부르다가 해방 이후에 홍도라는 이름이 정착되었고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홍도를 즐기는 방법은

① #유람선 타기

② #깃대봉 오르기

③ #홍도등대 와 갯바위 걷기


이번에 보니까

90%는 ①번만

일부는 ①, ②번을

저희는 세 가지 모두를 체험해 보았는데요


갯바위를 즐기다가 등산화 밑창이 거덜 나서 이후 일정 내내 로프로 신발을 묶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쪽팔림도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등산화의 현주소죠


홍도에는 여객선이 드나드는

홍도1구(100여 가구)와

홍도 등대가 있는 20여 가구의

홍도2구가 있습니다

2구 마을에는 여객선이 닿지 않고 어선으로 이동하거나 깃대봉을 넘어가야 하는데요


저희는 해상 관광을 마치고 깃대봉을 넘어 2구에서 1박 한 후

다시 산을 넘어 1구로 왔죠


홍도의 깃대봉은 2002년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라 하는데요

정상석을 인증샷으로 갈음하는 모양입니다


홍도의 유람선 관광이야 말로 단연 독보적이어서 풍광을 표현하기란

언어도단이요

불립문자이며


굳이 숙소를 2구에 정한 것은 갯바위를 걸어보는 것과 등대에서 보는 일몰을 오롯이 즐기고 싶었고

깃대봉을 2번 보는 것은 오후와 오전의 차이를 느껴볼 요량이었습니다


근데요

깃대봉은 두 번씩이나 올라 볼만한 조망은 아닌 반면에

2구의 갯바위 탐사는 정말 멋졌답니다


15:40 홍도를 뒤로하고 목포행 배에 승선하여 중간 기항지 흑산도에 하선합니다

홍도로부터 26km, 37분 걸렸습니다



2일 차 (홍도 ~ 흑산도)


홍도가 붉은 섬이라면

흑산도는 검은 섬입니다


산(山)에 상록수가 워낙 많은 고로 멀리서 보면 푸르름이 오히려 검게(黑) 보인다는 섬(島) 흑산도!


목포와는 93km쯤 떨어졌지만

홍도에 가려면 흑산도를 지나가야 하니 둘은 묶여서 서해 관광의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하선하자마자 숙소 사장님의 알선으로 흑산도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택시 투어에 나섰습니다

버스든 택시든 투어 단가는 18,000원입니다

물론 택시는 만차 조건일 겁니다


아무래도 육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것은 이미자 님이 부른 [흑산도 아가씨]이겠죠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노래를 하모니카로 불고 다녔습니다


1997년에 세워진 노래비가 관광의 명소가 되었군요



지난 5월 추자도 탐방 시 [신해박해]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중복과 지면 절약을 위해 자세한 내막은 아래에 링크를 걸어 놓습니다


추자도 Link ; https://story.kakao.com/_eTZCf4/2QqR9o8bR09


하여간

황사영의 백서사건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귀양 온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한양만 바라보며 탄식을 한 게 아니라 사리에 [사촌서원]을 열어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그 유명한 자산어보(玆山漁譜)도 집필하였죠


자산어보의

자(玆)는 검다는 뜻이므로 흑산(山)을 달리 표현한 것이며 흑산도에서 나는 고기(漁)의 족보(譜)라는 소립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잖아요!


정약전 선생은 유배 생활 16년 차에 우이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한양에서 흑산도는 워낙 먼 곳이라 중죄를 다스릴 때 유배지로는 딱이었겠죠

[흑산도 아가씨] 노랫말조차도 육지로 나가고 싶은 맘이 절절히 녹아 있습니다




3일 차 (흑산도~목포)


홍도건

흑산도건

해넘이와 해돋이를 보려고 애썼으나 바다에 떠있는 섬이면서도


홍도2구에선 석양은 좋으나 일출은 볼 수가 없고


흑산도항 주변 또한 일출과 일몰을 보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흑산도항은 칠락산이 병풍처럼 감싸서 그렇겠죠


하여 이곳 분들은

#칠락산 (七樂山 272)을 어머니 산이라고 하데요


비록 최고봉은 아니나 흑산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여 칠락산을 대표 산행지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7(七)개의 봉우리를 성리학의 4단 7정과 연관 지어 풀이했던데요 개인적으로는 풍광을 보고 즐길(樂)만 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해 봅니다


홍도의 깃대봉보다 조망은 훨씬 우수합니다


최고봉은 문암산인데 능선이 참 잘 생겼더군요

하지만 군사시설이 있어서 접근금지랍니다



16:20 흑산도를 출항하면서 2박 3일의 일정을 접습니다


많은 분들이

홍도는 유람선

흑산도는 버스투어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는 산행을 곁들인 일정이어서 피로도가 누적되긴 했습니다만

여생에 또 이곳을 올 수 있으랴

구석구석 기웃기웃

홍도는 17km

흑산도는 18km가량 걸었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갈망했던 홍도!

가고 싶은 섬!

선망의 대상이었던 홍도가

그 화려했던 영화를 뒤로하고 서서히 퇴락해 가는 느낌입니다

흑산도 역시 예외가 아니고요


가구수와 인구는 줄고

시설의 노후화와 노령화도 급속해져서 만족스런 서비스가 어려운 반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지인은 호객을 아니할 수가 없을 테고


관광 프로그램이 고작

배 타고

차 타고

건성으로 돌아보는 것과 단체로

술 먹고

회 먹고


그러다 보니 관광객은 점점 줄어들고

물가는 비싸질 것이며

관광비용이 비싸진다는 것은 한 번은 가되 거듭 방문하지는 않을 터


차라리 그 비용으로 해외관광을 즐기려는 게 아닐까


흑산도에 비행장을 건설할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요


뭐든 대안이 되어서 옛 영화를 되찾을 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막강한 우리의 관광자원이 푸대접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끝으로 2박 3일의 동선을 간추려 보면


2023-09-08 (금)


07:50 목포 발

     동양훼리 유토피아

     @48,700원

08:50 도초도 경유

09:50 흑산도 경유

10:20 홍도 착

     2h40m 소요

     유람선 발권

     (@28,000)

     주변 산책/점심

12:30 유람선 관광

     (1h50m 소요)

14:40 깃대봉

     홍도2구 착

     홍도등대

     (일몰 18:56)

     2인 1박 2식

     (102,000원)



9월 9일 (토)


07:30 고서 트래킹

14:40 다시 깃대봉을

     넘어 홍도1구 도착

15:40 홍도 발

     (37분 @14,200)

16:20 흑산도 착

     택시 일주 관광

     (1h40m @18,000)

     일몰 18:55

     아시아모텔 @6만원

     식당 겸함

17:20 흑산도 등대 산책



09월 10일 (일)


05:50 예리항 산책

08:00 칠락산 산행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새조각박물관

     목섬

16:20 흑산도 발

     남해퀸 @43,300

18:25 목포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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