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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Feb 13. 2024

화진포에서 호미반도까지

서낭바위 관동팔경 호미곶

설 연휴를 어찌 보낼까?


인천시 옹진군의 덕적군도를 염두에 두고 열심히 일정 계획을 세웠는데 결정적으로 굴업도에서의 민박에 걸려 버렸습니다


겨울철이라 대개 휴업상태였고 겨우 한 집이 운영을 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설을 쇠러 육지로 나간다고 하셨습니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고

대체할 여행지를 찾다가

호미반도를 점찍었죠


그동안 남해안과 서해안을 위주로 다니다가 동해안 바다로 좀 긴 마실을 나간 겁니다


아시다시피 동해안에서 여행할 수 있는 섬은 울릉도와 독도뿐이잖아요!


우리나라 지형이 동고서저 곧,

서쪽은 낮고 밋밋한 반면에

동쪽은 높고 가파르기 때문에 간조 만조의 차이도 작아서 섬이 별로 없는 것이죠


그러니

동해는 섬이 아니라 해안선이 발달해 있어서 해안을 따라 걷는 트레킹이 유명해졌고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50개 구간 770km의 [해파랑길]을 2016년 5월에 개통했다고 합니다


잔머리를 굴리다가

어차피 동해안으로 갈바엔

#서낭바위 를 챙겨보자

서낭바위까지 갔으면 화진포를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어라

이곳은 대관(關)령의 동(東)쪽 관동이잖아

정철 선생이 관동별곡에서 예찬한 관동팔경을 어찌 그냥 두고 올까


망상의 꼬리가 상상을 더하며 일이 커져 버렸으니 설 연휴 3박4일의 풀타임을 할애하고도 현란한 경치를 보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띄엄띄엄 메뚜기 전법을 동원하여 아무리 속성으로 본다 한들 770km의 해안선을 일거에 완성한다는 건 언어도단인 거고 남은 풍경은 후일을 기약해야 할 겁니다



♥ 첫날 (까치설날 2/9 금)


03 10 집을 나서 차를 몰았죠

08 15 강원도 고성군 서낭바위에 당도합니다


#서낭바위


SNS에서 간혹 접하며 희한하게 생긴 자태를 꼭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억겁을 통하여 파도와 비바람에 강한 부위는 살아남았지만 약한 곳은 형체가 부서지고 닳아서 지금의 기형적 모습이 되었을 테지요


가히 기상천외합디다



#화진포


자리를 옮겼는데요

북한에 삼일포가 있다면

이곳에는 화진포가 아닐까


화진포를 지극히 사랑하고 예찬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수의 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먼 길을 홀연히 떠나 버렸죠


그의 대표작이 바로 화진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왜 화진포에 매료되었는지

왜 그렇게 화진포를 못 잊어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는데요

응봉에서 내려다보는 화진포 풍경은 딱 떨어지더이다


그가 문단에 데뷔할 때 지었던 가락을 옮겨 봅니다


슬픈 점 하나  <박희섭>


비상하는 것들의 죽음이란

유통기간이 끝난 창공에서

일시에 누더기가 된 새털구름을 벗어 버리는 것


익은 별이 떨어져 꽃이 되듯

수직의 아득한 높이를 상실한 채

수평과 지면을 베고 누워

속도를 잃은 하나의 점이 되는 것이다


화진포 백사장에 흰 깃발을 꽂은

한 마리 바다갈매기

바람을 숭배하던 날개는

빈 소라껍질처럼 바람소리를 비워내고 있었다


날개가 쓸고 가던 하늘가로 노을이 쌓여

날지 못하는 마음 끝으로 해가 지는지

마음이 새장처럼 캄캄해진다

그 사이 점 하나가 내 가슴에서 지워진다


곧 별들이 조문하듯 하나 둘 찾아와

백사장을 메울 것이며

깃털 속에 웅크린 새라는 이름은

부패의 새장 문을 열고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모래시계가 다 흘러내린 화진포 백사장

새를 매달던 하늘은 황토빛으로 물들고

어둠이 백사장에 수묵화를 칠 때, 서쪽 하늘로

제트기 한 대가 밑줄을 그으며 새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4년 7-8월호 발췌



#청간정


길목에 능파대를 답사하고

정철 선생이 오르셔 읊었던 청간정에 저희도 올랐습니다


지금부터는 주 행선지가 관동팔경이 되겠네요


우선 관동8경이 어딘지 볼까요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 -- -- -- -- --

고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


관동팔경의 전체적인 얼개는 작년에 설명한 포스팅이 있어 링크를 걸어 놓습니다


https://story.kakao.com/_eTZCf4/0ScC04XYyb0


총석정과 삼일포는 휴전선 이북이므로 탐방이 불가능하고요


청간정부터 시작하여 남진하면서 월송정에 닿는 여정입니다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청간천을 이루고 동해로 빨려 들기 직전, 하구의 언덕 위에 정자를 지었군요


물론

송강께서 보았던 그 청간정은 아니고요

갑신정변 때 타고 없어진 것을 1928년에 재건했으며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라 합니다


행운(行雲) 구름도 가고

유수(流水) 물도 흘러

인걸도

풍경도 덧없으니 모두 옛 모습이 아닙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영랑호를 지나 속초항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영금정에 닿았습니다


바닷가로 돌출된 야트막한 암릉과 동해바다를 바라보매 시인 친구였다면 분명 한 소절 시상이 떠 올랐을 터


문자를 알되 조합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박눌한입니다


대포항에 이르러

까치설날의 마지막 풍경을 접수하면서 환희와 고단함의 하루를 낙산사 입구에서 마감했습니다




♥ 이튿날 (설날 2/10 토)


청룡의 해 갑진년 설날이죠

07 22 일출을 보려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낙산사

로 향했습니다


의상대사께서 노닐었고

송강 선생도 예찬했던 자리에

소아(小我)도 올려놔 봤지요


정철 선생께서

낙산사에 1박 후

#의상대 에 올라 일출을 보았다고 하더이다


비록 흡족한 해오름은 아니어도 #홍련암 에서 보는 정월원단의 해맞이,

이 방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갑진년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갑진 한 해가 되시길 염원해 보았습니다



#하조대


애국가 2절의 배경 화면으로 나온다는 명품송이 바로 이곳 출신이더군요

기풍이 당당하고 장엄하더이다


#죽도정 에 올랐다가

#휴휴암 에 닿았는데요

앞바다 방생의 현장에서 갈매기와 사람 간의 오묘한 공생을 목격하였습니다



#아들바위공원


타포니 바위가 즐비합니다

아들을 못 낳다가 어느 바위 앞에서 기도를 했더니 아들을 낳았다

그래서 아들바위라 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이곳에서 생애 최고로 비싼 라면을 먹어 봤습니다

[문어라면]이라네요

2인분 4만 원 합디다



#경포대


2019년 보물로 승격되었군요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 개나 뜬다고 들었습니다

하늘에 솟은 달

바다에 뜬 달

호수에 비친 달

술잔에 내려앉은 달

그대 눈동자에 박힌 달



#정동진


옛 영화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잘 나갈 때 하도 바가지를 씌워서 관광객이 뚝 끊겼다고 하네요


보면 여느 해변이나 다를 게 없는데 드라마에 의하여 많이 부풀려졌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노회한 시설과 풍경이 새로운 핫플에 밀려서 매력이 둔감해졌을 겁니다




♥ 3일째 (2/11 일)


#추암_촛대바위


07 18 일출을 맞으려 잰걸음에 닿았습니다

애국가 첫 소절에 나왔던 그 촛대바위입니다

모습은 예전과 같겠으나

붉은 해를 더하니 더욱 감개무량이었습니다



#죽서루


관동팔경 중 유일한 국보랍니다


예로부터

정자 좋고

물 좋은 자리가 명당이라 했죠


관동8경이 다 그렇듯 물과 접한 언덕에 정자를 올려놓았습니다


죽서루에 올라 선인들의 숨결을 더듬어 보았는데요

경남 진주의 촉석루와 견주어

주변 풍경이나 누각이 더 좋다고는 못하겠던걸요


죽서루가 보물에서 국보로 등록될 동안 촉석루는요?



#초곡_촛대바위


바닷가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추암에 못지않은 촛대가 솟아 있습니다


자연현상이란

인간의 얄팍한 조각술과 건축술을 언제나 훨씬 초월해 버리죠



#용화항 과

#장호항 을 지나

바다(洋)를 바라보고(望) 있는 정자(亭)

#망양정 에 올라 선인과 같은 시각으로 바다를 보았으나 옛 망양정이 아니라고 하더이다



#월송정


관동팔경은 예서 멈추는데요

평해에 있습니다

송강께서 강원도지사로 부임하셔 순시 겸 고을마다 빼어난 정자에 올라 소회를 적은 글이 가사문학의 최고봉 관동별곡인 것이죠


기축옥사를 치룬 과오와

과도한 음주가 없었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선비였을 텐데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강원도의 풍경을 끝내고 경북 포항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가리_닻_전망대

#해상_스카이_워크

#스페이스_워크

#영일대

를 차례로 답사했습니다


스페이스워크를 체험해 보았더니 바람소리와 비명소리가 한가득이고

무너질 것 같은 흔들림이 오장육부와 팔다리를 초 긴장상태로 유지합디다


이 구조물을 포스코에서 제공했다고 하던데 대단한 기술력과 시민을 위한 서비스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수양산 그늘이 천리를 간다고 했잖아요


우리나라 산업의 쌀을 만들어 내는 포스코의 존재가 오늘날의 포항이 된 것이겠죠


이가리 닻 전망대와

해상 스카이 워크는 부자 동네다운 면모였습니다


인공 구조물을 별스레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아!

돈을 많이 벌면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는 거구나

울산 대왕암 공원의 출렁다리처럼 말입니다




♥ 4일째 (2/12 월)


#호미곶 [상생의 손] 일출을 보려고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3일동안 동해의 일출 명소에서 해오름을 맞이했죠

① 낙산사

② 추암 촛대바위

③ 호미곶


미세먼지가 많은 탓에 나사가 한두 개 빠진 느낌이랄까

그닥 깨끗하고 화려한 해돋이는 아니었답니다


바다에 솟아 있는 상생의 손이 예전에는 바다 저 멀리 있는 듯했는데

이번에 보니 아주 가까이 있더군요


있는 줄 모르고 처음 보았을 때와

알고 난 후 두 번째 보는 것의 차이겠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2km를 걷고자 마을버스를 타고 임곡1리로 향했습니다


혹여

호미곶의 일출과

호미반도의 둘레길 트레킹을 만끽하시려면

호미곶에 무료 주차 후

일출을 즐기고 나오면 주차장 한켠에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니 시간 운용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희는

07 00 호미곶에 당도하여

07 21 해를 보았고

07 50 마을버스로 출발하여

08 30 임곡1리에 하차

본격 트레킹을 시작하여

16 40 종료했습니다


해파랑길 15코스와 16코스 일부를 탐방하게 되었는데요


포항에서는 이 부분을 따로 분리하여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라 칭하고 5구간으로 구분했더군요


선바우가 포함된 2코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저희는 길을 나선김에 1코스 일부는 줄였지만 풀코스를 탐방했습니다


이곳 지형은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虎)

꼬리(尾)로

알려진 포항의 호미곶이며 감싸인 만은 #영일만 이죠


이번에 걸은 걸음걸이는 영일만을 따라 호랑이 꼬리의 윗부분입니다


반도

금의 특징을 누누이 얘기해 왔었는데


반도는 육지가 바다로 돌출된 부분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반도는 한반도인 것이고


반도(半島) 보다 작은 것을 곶(串)이라 하고요

호미는 크다고 생각하면 [호미반도]가 될 것이고

이니야 반도까지는 아니고 곶정도이지 하면

[호미곶]으로 부를 겁니다


그러나

호미곶은 특정 지역의 지명인 것 같고(?)

호미반도는 호랑이 꼬리 모양의 전제 형상을 일컫는 것 같긴 합니다


거꾸로 바다가 육지를 잠식하여 움푹 파인 부분을 만이라 하죠

영일만이 대표적입니다

만보다 작은 것은 금이고요



이와는 별도로

남파랑길과

서파랑길

DMZ평화의길도 있는데요

세세한 것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보시면 됩니다


https://story.kakao.com/_eTZCf4/7MjeJOJa499



호미반도 둘레길은 U튜브 등에서 알려진 것보다

풍경은 볼품이 별로인 것 같고

길은 많이 파손되었으며

도로를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어서 차량과의 간섭도 우려되고

뜬금없이 길을 산으로 낸 곳도 있더이다


좀 보완을 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 여러 곳이던데 행정이 여기까지는 못 미치는 듯


하긴

이미 구닥다리가 된 곳에 재투자하기보다는

스카이워크처럼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여 핫플레이스로 개발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여길 겁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미세먼지가 자욱하여 영일만 건너의 포항과 포스코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영일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죠



3박 4일의 동선을 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낭바위

화진포

능파대

청간정

영금정

대포항

낙산사

하조대

죽도정

휴휴암

아들바위 공원

경포대

정동진

추암 촛대바위

죽서루

초곡 촛대바위

용화항

장호항 전망대

망양정

월송정

이가리 닻 전망대

해상 스카이 워크

스페이스 워크

영일대

호미곶 해맞이 광장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총 이동거리 1,190km

총 걸음걸이 52km / 130리



애초에 계획했던 덕적군도는 뒤로 밀렸지만 동해안을 본 것은 호기였습니다


위로 올라 갈수록 바닷가에는 철조망이 줄지어 처져 있고

지금은 폐쇄된 듯하나 군인의 초소가 즐비한 것으로 봐서 대한민국이 지켜온 나라 보전의 현실이 녹녹지가 않았구나


참으로 감당키 어려운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국토입니다


잘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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