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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모산

무섬다리, 고산정, 선성수상길

by 강동회

#무섬다리

#고산정

#왕모산

#선성수상길


무섬다리는

경북 영주에 있으며

내성천에 놓여있는

[외나무다리]이고요


나머지는 모두

안동시 도산면에 위치하며

낙동강이면서 안동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도산면은 다분히 퇴계 이황 선생이 최대주주이죠


선생께서 태어나시고

일가를 이루어서

도산서원을 열고

돌아가신 후 묻혀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 퇴계 선생의

생가

종택

서원을 다 돌아보았고

묘소에 참배도 한 바가 있어서

이번에는 퇴계 선생 부분을 배제하겠습니다


무섬다리는 오래전부터 답사해 보고 싶었는데 잊고 있다가 최근 SNS에서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달랑 무섬다리만 보기에는 꽤나 먼 거리여서 산행할 만한 곳을 찾다가 왕모산이 포착되었고 주변의 고산정과 선성수상길까지 넘보게 되었습니다



♥ 무섬다리


낙동강이나 내성천은 전형적인 사행천(蛇行川)입니다

물의 흐름이 마치 긴 뱀이 기어가듯이 S라인 형상의 반복이죠


휘어지는 안쪽은 물의 흐름이 느려서 퇴적물이 쌓이게 되는데 그곳에 형성된 마을이 하회마을이나 회룡포이고요


반대로

사행천의 바깥쪽은 유속이 빨라서 강한 침식이 일어나므로 거의 절벽을 이룹니다

부용대나 경천대가 좋은 예이며

이번에 왕모산에서 본 갈선대도 천길 낭떠러지였답니다


영주의 무섬다리도 내성천이 휘어지는 곳에 무섬마을이 형성되었고 그 마을을 드나들자니 다리가 필요했겠죠


물이 흐르는 형상은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영월의 청령포를 닮았고

다리는 회룡포의 뿅뿅다리를 연상케 합니다


병자호란 이후 무섬마을이 개척되면서 다리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360년쯤 되었다고 하네요


1983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무섬다리로 다녔다고 합니다


현재 외나무다리는 두 개인데요

하나는 직선이지만

다른 하나는 내성천을 본땄을까요!

다리도 S자 모양입니다

아마도 산과 물길이 태극모양이어서 다리도 태극형상으로 했겠죠


다리 폭은 30센치

길이는 150미터쯤 된다고 하는데요

워낙 좁아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긴 장대를 들고 건넜다고 하는군요


군데군데 교행구간이 있어서 서로 양보를 하며 건넜겠지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서로 버티면 건널 수가 없었겠죠


마을의 형성은

1666년 반남 박씨 [박수]라는 분이 최초로 정착하여 살던 중

그의 증손서(증손녀의 남편)

선성 김씨 [김대]가 처가살이를 하면서 박씨와 김씨가 대를 이어 정착했다고 씌어 있네요


예전에는 모두가 일가친척이고 섬처럼 고립되어 있으니 별도로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도 담장이 없는 집이 더러 있더군요


마을의 뒤편은 내성천과 서천이 합류하여 물(水)이 마을을 3면에서 감쌌고

하천의 맞은편은 첩첩이 산이니 그야말로 육지 속에 고립된 섬(島)과 같았다 하여 마을이름을 수도리(水島里)라 하였으며

수도리는 딱 무섬마을 하나뿐이군요


마을이 번성할 때는 150여 가구였으나 홍수와 폐가로 지금은 40여 채가 남았으며 그중 16채는 100년이 넘은 고택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만죽재 (박씨 문중)

해우당 (김씨 문중)


이 마을에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다리이름이 수도교인 것은 여기서 따온 의미일 겁니다


수도를 한글로 풀이하면 [물섬]이 되고 물섬이 오늘날의 [무섬]으로 바뀐 것이겠죠


무섬다리는 나무로 된 외나무다리로서 원래는 세 개가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각각

농사 지으러 다니는 다리

장 보러 가는 다리

아이들 학교 가는 다리였다는데요


장마철이면 물이 불어나서 다리가 휩쓸러 떠내려갔고 마을 사람들은 거의 매년 나무다리를 새로 놓았다네요


현재의 다리는 무섬마을의 주민과 출향민들이 힘을 모아 예전의 모습을 재현하여 떠내려가지 않도록 튼튼한 다리를 놓았다고 합니다


통나무로 기둥(교각) 2개를 세우고

그 위에 길이 2미터 정도의 송판 1장을 깔아서 못으로 고정해 놓은 구조입니다


이것을 여러 개 계속 연결하면 다리가 되겠죠


소나무의 지름이 곧 다리의 폭이니까 좁을 수밖에 없는데요

헛 디디면 물에 빠질 거니까 바닥을 보며 걸을 것이고

물의 흐름은 마치 다리가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 때문에

무섬다리는 그냥 다리가 아닌

무서운 [무섭다리]였습니다


두 개의 무섬다리와

마을의 고택들을 둘러보고 1시간 넘게 달려서 고산정으로 이동합니다



♥ 고산정 (孤山亭)


낙동강변의 절벽 한켠에 홀로 서있는 정자입니다

정자 앞의 물은 유유히 흘러 안동호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낙동강이 되어 대구를 지나 부산에서 바다로 흡수됩니다


정자의 주인은


1564년 [금난수] 선생께서 지었다고 하는데요

실은 프로필을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였고 문신으로 활동하다가 임진왜란 때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노모를 모시며 은거하다가 정유재란이 터지자 의병장으로 활동하였다고 합니다


고산정 뒤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축융산과 청량산이 자리하고 있죠


강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더군요

드라마 미스터션사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네요


고산정에서 배를 띄워 35리쯤 흘러 내려가면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에 닿습니다



♥ 왕모산 (王母山 648)


역시 낙동강변에 위치한 산이고요


이곳 역시 낙동강이 휘감아 돌아가는 곳이죠


[갈선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풍경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왕모는 임금님의 어머니란 뜻인데 어느 왕을 지칭할까요?


고려 임금 공민왕이군요


중국 원나라 시절

나라에 불만을 품고

머리에 붉은(紅)

두건(巾)을 쓰고서 난을 일으킨 무리(賊)가 있었는데

이를 역사에서는 [홍건적의 난]이라 합니다


홍건적들이 정부와의 싸움에서 전세가 불리하자 갑자기 기수를 고려로 돌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삐리 하면 침략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하여간

고려의 공민왕은 피난을 하게 되는데

임금님이 피난하는 것을 몽진(蒙塵)이라 합니다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의미인데요

궁궐을 버리고 도망가는 처지이니 화려하게 꽃가마를 타고 갈 수는 없겠죠


홍건적의 기세가 워낙 등등하여 이 싸움이 쉬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는지

어디로 몽진할 것인지 어전회의가 열렸겠죠


① 거리가 멀어야 되겠고

② 적의 접근이 어려워야 하고

③ 식량의 자급자족과

④ 주민의 호응도 좋아야 되고


그것이 딱 [안동]이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공민왕은 안동으로 몽진했고 이때에 안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여

안동을 도호부로 승격하였고

안동 출신을 대거 조정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안동이 양반 도시이고

유교를 숭상하는 인재가 많은 것은 공민왕과 일맥 연관이 있을 것이며 오늘날 보수화 된 TK의 본산쯤으로 여겨지는 곳이죠


피난할 때 그 공민왕의 어머니가 이곳을 지나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왕모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고도가 648미터 밖에 안 되고 선답자의 트랙에 3시간 반정도 걸렸길래 예사로 생각했다가 경사도가 워낙 가팔랐고

계곡엔 물도 없는 데다 더워서 혼났습니다


경로 중에 [퇴계예던길]을 한동안 걷게 되는데요


[퇴계]와 [길]은 알겠는데

[예던]은 무슨 뜻일까요


사전에도 없고

네이버, 다음에도 안 나옵디다


하여 [쳇 GPT]에 물어봤죠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禮)는 퇴계 이황 선생이 중요시한 예(禮) 사상을 뜻하고


던(墩)은 한자에서 “언덕, 대(臺), 받침대”라는 뜻이라 하네요


둘을 붙이면

[예의 근본이 되는 터전]


곧, [예의 정신을 딛고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정리하면 퇴계예던길이란?

예를 근본 터전으로 삼아

퇴계 선생의 예학(禮學) 정신을 본받기 위해 만든 길이군요


던은 옥편에도 나오지 않으며

돈을 찾아야 (墩 돈대돈) 한자를 알 수 있습니다


퇴계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뜻은 좋은데 우리나라 인구의 0.1%도 모를만한 이름을 꼭 사용해야만 했을까요?



♥ 선성수상길


선성의 안동호 한켠에 부교를 띄워서 인도를 놓았습니다


호수 위를 걸어 보는 것이죠

퇴계예던길도 그렇고

수상길도 마찬가지인데요

기획을 하고

비용을 들여서 안동의 뭔가를

탐방객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상한데

글세요

가성비가 낮다고 해야 하나?

뽀대가 나질 않더군요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정도



네 곳을 바쁘게 돌아다녔는데요

역시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고 가만있는 게 최고의 피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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