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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Sep 18. 2023

상림 (上林)

꽃무릇 해바라기 백일홍

#상림

경남 함양의 상림에 다녀왔습니다


2년 전에 오봉산과 상림을 탐방하고 포스팅 한 글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 보려고 했으나 브런치스토리의 알고리즘은 해시태그(#)와 카카오스토리의 링크를 허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림을 다시 찾게 된 동기는

합천의 어르신께서 수술 이후 평안 여부를 살펴야 했고요


양수겸장으로

합천 주변에 있을 법한 꽃단지를 훑다 보니

함양 상림의 꽃무릇이 생각났습니다


2년 전 약간의 언짢음이 있어서 사전에

혹여 아직도 울타리를 치고 앵벌이를 하는지 관계자 분께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펄펄 뛰시던데요

"주차료는 물론 입장료도 없으니 오셔서 맘껏 즐겁게 관람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울타리를 치고 입장료 만원씩 받았잖아요?"


"아이고 그때는 엑스포가 열려서 그랬고요 지금은 아닙니다"



창원부터 진주까지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는데

다행히 함양에는 소강상태였고 상림을 다 돌아본 후에야 비가 내렸습니다

축복이었죠


아래 글은 카스에 업로드했던 2년 전 상림의 소회를 옮겨서 편집했습니다


☆☆☆☆☆☆


☆☆☆☆☆

상림은 천연기념물 제154호 이군요


지난겨울에 중딩 친구들과 함양에 피순대 먹으러 원정 갔다가 들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둑방길이가 1,600미터

면적이 62,000평쯤 된다고 하네요


백운산과 대봉산의 물이 모여서 위천(渭川)을 만들고

이 위천은 함양읍을 지나서 남강으로 빨려듭니다


물론 남강은 진주를 지나 창녕 남지에서 낙동강에 흡수되고요


상림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문창후최선생신도비]가 있습니다


문창후는 고운 선생의 시호이고요


외로운(孤) 구름(雲) 최치원 선생께서 시무책을 건의했으나 6두품의 한계로 개혁의 꿈이 좌절되자 낭인이 되어 천하를 주유하며 해인사 입구 홍류동 계곡에서 자취를 감추었


그 최치원 선생께서 잠시 함양태수를 역임하셨다고 합니다


위천을 흐르는 물이 범람하거나 바람 때문에 이곳 백성들의 피해가 심각했겠죠


하여

인공으로 나무를 심어서 그 제방을 보호하고 피해를 상쇄하고자 했을 겁니다


이른바

호안림(護岸林)을 조성한 것이죠


원래는 위천이 지금의 함양읍 가운데로 흘렀는데 하도 홍수의 피해가 잦아서 지금의 위치로 위천을 돌리고 제방을 쌓아서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를 심었으니 오늘날 우리의 눈에 숲으로 보이는 거죠


이를 대관림(大館林)이라 이름 짓고 잘 보호하여 물난리를 막아왔는데 어느 해에 대홍수가 일어나서 둑의 중간이 파괴되었고

지금의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함양읍의 위쪽에 있으니 상림이라 하고

아래쪽은 하림이겠죠


둘로 나누어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라고 합니다


안동의 하회마을에 있는 만송정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안림의 일종이겠죠



제가 답사했던 2021년 9월 11일은 [함양 산삼 항노화 엑스포] 기간의 시작이었습니다

무려 1달간 열리는군요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저는 모르고 갔었죠


주 무대가 이곳 상림입니다


코로나 시절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해도 되는군요!


이미 예정돼 있었고

지자체를 먹여 살리려니 궁여지책이겠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1) 코로나가 창궐해도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고요

저 역시 동참했으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2) 상림의 주차장은 완전히 폐쇄하여 공무원 등 행사 요원들만 출입하는 것 같고


3) 방문차량을 못 들어 가게 막기만 할 뿐 주차장 안내는 전혀 안 했으며

아마 따로 어디에 있고 셔틀버스가 다니는 것 같습니다


4) 그러니 대부분의 차량이 우왕좌왕하며 길거리에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고요


5) 입장료가 1만 원인데요

제가 보기엔 가성비가 2,000원쯤 돼 보입디다


6) 그렇게 많은 입장료를 징수했으면 걸맞은 편의시설도 해 놔야 하는 게 당연할 터

한 모금 마실곳이 없고요

사 먹으라고 비취를 안 했을까요?

설마


의자도 태부족으로 연로하신 분의 불편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행사장 또는 주요 시설물의 이정표, 안내판도 부실하고요


8) 명칭은 산삼을 빙자한 것인데 저는 산삼을 한뿌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9) 항노화라고 기치를 내걸었으나 짜증이 배가되어 노화에 대항하기는커녕 세포가 수억 개는 사망했지 싶답니다



최치원 선생께서 백성을 어엿 여겨 호안림을 조성한 숭고한 뜻은 간 곳이 없고


상림을 돈벌이에 동원하여 온통 흉물스러운 울타리를 치고

얄팍한 꽃을 심어서 사람의 마음을 조롱하는 게 기생집에 아가씨를 두고 숱한 남정네를 유혹하는 니나노판의 상술과 뭐가 다르답니까?


아마도 저는 이곳을 다시는 찾지 않겠죠


그래도

꽃은 만개하여 이 풍진 세상을 정화해 주는 것 같습니다


혹여 이곳이

궁금타

보고 싶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사전에 인터넷을 검색하시어 동선을 숙지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음료와 물은 필수이며

모자 또는 양산도 챙기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2년이 지난 지금의 상림은 어떠할까?


울타리는 말끔히 치워졌고요

무료입장이었으며

주차장도 넉넉하고

꽃무릇뿐만 아니라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더이다


인근에 계신다면 방문하셔서 영글어 가는 가을을 느껴보시고 화려한 꽃잔치에 넋을 잃어 보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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