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를 들자.

by Chong Sook Lee



축배를 들자.

지나간 어제를 감사하고

나를 찾아온 오늘을 축하하며

내게 올 내일을 기다리며

축배를 들자.

청년들이 몰려다니며

웃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좋을 때다. 제일 좋을 때다'

그들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청년 중년 다 지나고 장년을 보내고

노년의 삶을 사는 지금의 나도

좋을 때다.

힘든 여정 다 보내고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행복한 지금이 좋다.

걱정 근심과 함께 살던 날들을 보내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지금이 전성기다.

간절할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앞만 보고 가면 된다.

남은 날들은

나에게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주고

망각이라는 지우개로

아픔과 슬픔은 지우고

꿈과 희망으로 펼쳐진 나날을 살면 된다.

그리운 사람도

서운하게 했던 사람도

나를 미워하던 사람도

다 고맙다.

그들이 있었기에 살 수 있었고

이 풍진 세상을 버틸 수 있었다.

잘하는 사람만 있었다면

좋아하는 사람만 있었다면

칭찬만 하는 사람만 있었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그들의 모함으로

그들의 시기와 질투로

삶을 알고 배웠기에

나는 지금을 만날 수 있다.

해마다 가지가 휘도록 피는 앵두꽃이

올해는 몇 개 안 피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 꽃은 없고 이파리만 무성하다.

해마다 꼭 필 이유는 없지만

자꾸 궁금하다.

무엇이 멈추게 하였는지 답이 없다.

무심하고 철없는 이파리는

상관하지 않고 무성하게 달렸다.

세상만사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인생은 답이 없다고 한다.

'알려고 하면 다친다'는 말처럼

그냥 놔두자.

그러다 보면 또 다른 해가 되고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리라.

급할 것도 안달할 것도 없는데

매일매일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바쁘다.

봄이 다녀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 겨울이 오듯이

아침 먹고 설거지하면

점심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를 살다 보니 몇십 년을 살아왔다.

눈 깜빡할 사이에 가버린 세월을

글로 쓰면 한 줄도 안될 것처럼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재미로 묘지명 짓기를 한 적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글을 남기고 죽었는데

'태어나서 살다 죽었다'라고 쓰면 될 것 같다.

산다는 게 매일이 지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 따라 좋아지는 세상인데

살기는 더 힘들어진다.

오래전 경제가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먹고살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산아제한을 했는데

지금은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 부족으로 멸망한다는 말을 한다.

산아제한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세월이 가다 보니 오답이었다.

잘한다고 한일이 시대에 따라

잘못한 일이 된다.

인생은 역시 미완성이다.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어도

벌주는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던 옛사람들은

좋은데로 가버렸고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세월 앞에

감사의 축배를 든다.

매일이 고맙고

매일이 아름답다.

다시 오지 않을 이 하루를 위해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한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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