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야... 올해도 멋지게 살다 가거라

by Chong Sook Lee



하늘이 파랗다 못해 눈이 부시다. 기러기들이 멋있는 시옷 글자로 긴 행렬을 만들며 하늘을 가르고 이곳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기러기가 아직 추우니까 더 있다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는지 이제야 온다. 일찍 온 부지런한 기러기들이 눈과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간신히 살아남았다. 유난히 추웠던 4월에 온 기러기들이 고생을 너무 했다. 5월은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5월도 역시 그들이 살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 겨울 잠바를 입어야 했던 날씨가 많았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는데 짝을 잃은듯한 기러기 한 마리가 며칠 동안 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들판에 앉아 있었다.


오며 가며 잔디 위에 홀로 앉아 있는 기러기 한 마리를 보며 어쩌다 혼자 남게 되었을까 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운전하고 가면 기러기들이 밀집해서 여름을 나고 가는 커다란 공원이 있는데 짝 잃고 외롭게 앉아있는 기러기가 덩치가 작으면 그곳으로 데려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눈만 껌뻑 대고 목을 쭈욱 빼서 주위를 돌아볼 뿐 도망가거나 날아갈 생각도 하지 않던 기러기였는데 어느 날 보니 짝이 와서 데리고 갔는지 없어졌다. 몇 날 며칠을 혼자 잔디에 앉아있던 기러기가 없어지니 안심이 되었다. 짝을 만나서 식구들과 함께 있으니 날씨가 추워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전화를 하고 택스를 보내며 소통하듯이 그들도 그들의 언어가 있어 소통하며 살아갈 것이다.


해마다 봄에 이곳으로 와서 사는 기러기들이 많다. 그들은 4월 중순쯤 오기 시작하여 좋아하는 장소를 정해 생활을 하며 알을 부화시켜 키운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먼길을 떠날 수 있게 되면 추운 이곳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간다. 한 번씩 이동하는 숫자는 엄청나게 많다. 지난가을 그들이 떠나기 전에 모이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에 서식하던 기러기들이 모여서 떠나는 일정을 정하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강가에 분대별로 모여서 지시를 하고 명령을 기다리고 정찰하는 기러기들은 하늘을 빙빙 날아다니며 신호를 주는 모습이 군대 이상 같았다. 질서가 있어 순서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더니 떠나기 시작하며 날갯짓을 하는데 정말 완벽하다.


한 팀이 떠나고 다시 정비를 하고 기다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음 팀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순서가 있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나 경건하여 기러기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고 하찮은 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날아가다가 팀에 이변이 생기면 순서를 바꾸고 약한 기러기를 가운데에서 보호하고 간다는 그들은 하늘을 날으면서도 서로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지 그들이 머리 위로 지나갈 때는 시끌시끌하다. 먼저 가는 기러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몇 마리가 모여 잠깐 쉬고 가는 사이에 앞서 가는 기러기들은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간다고 한다. 팀에서 아픈 기러기가 탈락하지 않게 건강한 기러기가 옆에서 함께 하며 간호를 하며 기다린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짐승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


그들은 한적한 곳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있는 곳에서 살기도 한다. 여름에는 그들이 주로 많이 사는 공원에 있는 호숫가를 그들이 거의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변으로 잔디가 다 망가지고 너무 많아서 기러기 공원이 되었다. 호숫가에서 헤엄을 치고 떼로 몰려다니고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길거리에서 기러기 가족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교통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귀엽게 봐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성질 나쁜 기러기는 지나가는 사람을 쪼기도 하고 공격도 하는 영상도 있지만 대체로 자연에서 편안한 삶을 살다 간다.


골프장에서 황제처럼 사는 기러기들은 공이 오거나 말거나 가고 싶은 데 가고 앉고 싶은 데에서 앉아서 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을 피해가야 한다. 땅이 넓고 공기가 좋고 사람들이 좋고 먹이가 풍부한 이곳에서 봄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제 이곳의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미처 오지 못한 기러기들이 오늘 도착했나 본데 그들이 편하게 있다 가기를 바란다. 동물들은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고생을 무릅쓰더라도 좋은 서식지를 찾아다닌다고 하는데 이곳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과연 좋은 곳인가 보다.


기러기가 모여있는 공원에 가보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고 기러기가 먼저인 것 같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짐승들이 찾는 곳은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오늘 한 부대가 왔으니 가을에 갈 때는 식구가 몇 배는 더 늘어날 것이다. 공기 좋고, 물 맑고, 땅 넓은 이곳에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기러기들은 오늘도 호숫가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사진 모델이 되어 도도한 삶을 산다. 기러기야! 올해도 멋지게 살다가 가거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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