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속에 사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어.. 내가 왜 여기 왔지? 혼잣말로 물어본다.

가지러 갈 때는 마음이 급했는데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무언가를 가져오려고 지하실로 급하게 뛰어갔는데 무엇 때문에 갔는지 생각이 안 난다. 체념하고 반쯤 올라오면 생각이 나서 다시 내려가 가져온다. 나만 그런 줄 알고 걱정했는데 주위 사람들도 그렇단다. 전화번호는 수첩이 필요 없게 잘 외웠는데 애들 전화번호도 기억을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전화에 다 입력이 되어 있어서 기억할 필요가 없다. 지도를 보며 여행을 다녔는데 이제는 네비가 있어서 지도가 필요 없게 되었다. 네비가 가라는 대로 가고 돌아가라면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기계가 생겼는데 이제는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아 이것저것 집어넣다 보면 기다리라는 신호가 뜬다. 비밀번호 저장 앱을 아이들이 깔아 주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여러 가지에 똑같은 비밀번호를 쓰면 안 된다고 해서 기계마다 다른 번호를 써서 생겨나는 문제점인데 너무 헷갈려서 한 가지로 통일했더니 조금 낫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뇌기능을 상실하는데 기계만 믿고 건성 산다. 자동문에 습관이 되어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고 문 앞에서 서서 기다리다 보면 자동문이 아니다.


세상은 기계와의 전쟁이다. 기계를 모르면 아무것도 안 된다. 사람을 위한 문화생활이 사람들이 외면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대화도 없고 눈 맞춤도 없이 기계가 다 일을 하기 때문에 세상이 조용하다. 웃음도 없고 싸움도 없고 기계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살아간다. 앞으로는 어떤 세상이 올지 궁금하다. 시간이 가면 대화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한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가상 세계에서 여행을 하며 사업을 하는 세상이다. 무궁무진한 가상세계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성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말도 없어질 것 같다. 혼자 게임을 하고 로봇과 생활하며 혼자만의 생각으로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무한한 발전을 가져온 컴퓨터로 못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머리를 쓰지 않아도 기계 쓰는 방법을 알면 기계가 다 해주니까 인성조차 없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풀어졌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울고 손뼉을 치고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다. 오랜만에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은 듯한데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역시 사람들과 비비고 사는 게 정겹다.


오랜만에 아이스하키 시합이 있어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동안 못하던 포옹을 하며 붙잡고 얼싸안으며 환호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지지고 볶으며 살아야 하는데 난데없이 생겨난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간의 삶이 헝클어졌다. 마스크와 비대면이 생활이 되어 이제는 오히려 만남과 맨얼굴이 쑥스러워지는 현실이다. 끊임없이 발달하는 기계로 인간들의 삶을 잃어간다.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잊기 잘하는 인간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남겨놓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아이들은 창작력을 잃어가고 기계의 명령 속에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살아간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없다. 집안에서 컴퓨터를 하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며 산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 조용하고 재택근무로 사무실이 비어 간다. 세상이 힘들어 아이들을 낳지 않고 인구는 급속도로 감소되어 고령화로 전환되는 현실이 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과 부대끼며 살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돈이란 물건도 사라지고 높은 빌딩도 필요 없어 기계만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삭막한 생각이 든다. 바쁘고 고단한 현대인들에게는 메시지가 편하고 복잡한 삶보다는 기계 속의 삶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사랑과 정성보다 편함을 위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다.


예쁜 그릇을 사서 사람들을 초대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기에는 너무 힘든 현대인들이다. 만들어 놓은 음식을 사서 먹고 식당에서 손님을 대접하고 시간을 쪼개 써도 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이다. 빨래를 할 시간이 없어 더러워지면 버리고 새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예나 지금이나 시간은 똑같이 하루 24시간인데 아참에 눈을 뜨면 한 것도 없이 밤이 된다. 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낸다. 내일이 온다는 보장은 없는데 내일로 미루며 산다. 시간이 없을 때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움직이며 살았는데 시간이 많아도 할 일을 안 하고 산다.


자꾸만 게을러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싱크대에 설거지가 쌓여있어도, 빨래통에 빨랫감이 쌓여있어도 걱정을 안 하고 산다. 기계에 집어넣으면 되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산다. 부모님들은 어찌 사셨는지 모르겠다. 손빨래부터 집안 살림이 다 수동적이었던 시대에 어찌 사셨는지 생각하면 그들의 삶이 기적이다. 기계가 다 해주는데도 시간 운운하며 사는데 그분들이 한없이 존경스럽다. 노동이 주는 신선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다. 이제부터 나도 기계만 믿고 살게 아니라 손가락 좀 움직이며 살아야겠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잡념도 사라진다. 며칠 전 집 정리를 하는데 사다 놓은 천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라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시작을 안 했다.


기계가 해주는 것이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재료값이 비싸서 사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싼 세상이지만 그래도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면 뇌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천으로 바지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면서 세상에 하나뿐이 나만의 작품생활을 해보리라. 자꾸 잊어버리고 기계에 의존하다 보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조차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으름 그만 피고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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