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Chong Sook Lee Jun 17. 2022

콩나물국은... 나에게 만병 통치약



무엇을 해 먹을까? 무슨 국을 끓일까? 하루가 내주는 숙제를 하고 살아온 지 44년이 지났는데도 냉장고를 열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반찬이 있는데도 망설이며 걱정을 하다 보면 손이 알아서 재료를 꺼내고 음식이 만들어진다. 국물이 없으면 서운해하 남편이라 국은 꼭 끓이고 새로운 반찬 한 개에 밑반찬 몇 개 꺼내놓으면 금방 근사한 밥상이 준비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서양식과 한식을 준비했는데 남편과 둘이 사는 지금은 100퍼센트 한국 밥상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국음식이 좋아진다.


곰국 갈비탕 감자탕 돼지국밥 날마다 메뉴를 바꿔 가며 상을 차리다 보면 일주일이 후다닥 간다. 뭐해 먹을까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답이 나와서 만들어 먹는데 오늘은 콩나물국이 먹고 싶다. 마침 한 봉지 사다 놓은 콩나물을 보니 그 옛날 신혼 시절에 엄마 음식이 생각나서 남편 출근한 다음에 친정으로 달려가던 생각이 난다. 날아가듯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친정에 도착했는데 마침 엄마 아버지 두 분이 아침을 들고 계셨는데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국이 보였다. 달려가서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콩나물 국을 보는 순간 주저 없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었다. 아침에 연락도 없이 온 딸이 정신없이 국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부모님이 의아해하시며 물으셨다.


무슨 일 있니?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아침에 엄마 음식 생각이 나서 먹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신혼에 부부 싸움하지는 않았겠지만 갑자기 찾아와서 며칠 굶은 사람같이 국을 먹는 딸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되셨는데  내 말을 듣고 안심하시며 국그릇을 가까이 당겨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이제는 달려갈 친정은 없고 멀리 사는 딸이 엄마 음식을 그리워하며 산다. 며칠 전 딸과 통화를 하는데 엄마 김치를 다 먹었다고 아쉬워하는 얼굴이 생각난다. 엄마 음식이 뭐길래 그리도 좋아하는지 가까이 살면 옛날의 나처럼 먹고 싶으면 언제나 달려오면 좋은데 하는 생각을  한다.


콩나물국을 끓여 한 끼 먹고, 다음 날에는 남아있는 콩나물 국에다 두부와 김치를 넣어 김칫국을 만들어서 몸이 찌뿌둥할 때 시원하게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콩나물국은 만병 통치약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감기 몸살에도 먹고 배가 불편할 때도 먹는다. 밥맛이 없을 때도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여 먹으면 식욕이 돌아오고, 소화가 안 될 때 먹으면 속이 뻥 뚫려 좋다. 국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유난히 콩나물국을 좋아하셨는데 국한 숟갈 떠 드시면서 아.. 맛있다!!!, 아.. 시원하다!!! 하고 드시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한 숟가락 떠먹던 생각이 나고 찬밥이나 찬국수를 드셔도 땀을 흘리며 맛있게 드셨던 친정아버지가 그립다.


어릴 때부터 자주 먹어서 그런지 콩나물국은 내게 있어서 영혼의 음식이다. 2년 전 멕시코 여행을 다녀와서 지독한 독감에 시달릴 때 매일매일 콩나물국을 먹었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거뜬하게 일어났다.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콩나물국은 만병통치약이다. 특별히 들어가는 것도 없이 멸치 몇 마리와 다시마 조각을 넣어 만든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뭉근하게 오래 끓인다. 거의 끝무렵에 양파와 파 마늘 생강 그리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한 방울 넣어 섞어 먹는다.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온몸의 모든 불순물이 다 나와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별것도 아닌 콩나물국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 같지만 콩나물국의 예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콩나물 국물에 밥을 넣어 손주들에게 주면 '할머니 국이 최고'라고 좋아한다. 고깃국도 좋지만 건더기 없는 콩나물 국물을 맵지 않게 해 주면 잘 먹는다.


지난 1월에 남편과 함께 코로나에 걸려서 꼼짝 못 하고 있을 때 지인이 사다 주고 간 콩나물로 코로나를 이겨낸 기억도 있다. 몸이 너무 아프고 괴로운 상태에서 식욕도 없고 배달음식도 여의치 않아  쩔쩔매고 있을 때 콩나물을 보고 기운이 나서 큰 냄비에 하나 가득 끓여서 계속해서 먹었다. 입이 쓴데도 콩나물국을 먹고 나면 온몸의 땀이 나며 기운이 났다. 콩으로 만든 음식이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것 같은 콩나물국이 무서운  코로나도 떨어지게 했다. 어쩌다 보니 콩나물국 예찬론자가 되었는데 누구나 할 것 없이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콩나물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몇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조카딸과  전주에 가는 길에 유명한 콩나물 국밥집에 갔던 날이 생각난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가는 도중에 맛있는 콩나물국 집이 있다고 시장 안으로 데리고 갔다. 원조 콩나물 국밥집이라고 신문에도 나왔다고 해서 가 보았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콩나물국밥이 얼마나 맛이 있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이 왔나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식당은 테이블 몇 개 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어 먹어본 콩나물국밥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소금으로 담백하게 간을 하여 국물이 맑아 시원하고 파와 마늘과 구워서 부순 김은 기호에 맞게 각자 먹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때 당시 한 그릇에 6000원씩으로 기억하는데 순한 가격도 한몫을 했다. 지금이야 짜장면도 만원씩 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콩나물국 예찬론을 펴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서둘러서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 맛있게 끓인 콩나물국을 남편과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입맛이 돈다.


(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비 오는 날의 나의 하루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